[그린스타트, 전북스타트] 김은자씨의 에너지 줄이기

집안 곳곳 멀티탭 설치…냉장고 안 60% 정도만

(왼쪽) 매주 산지에서 직접 배송되는 지역 농산물을 이용하는 김은자씨는 푸드마일리지를 낮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다양한 제철 채소를 맛볼 수 있어 애용한다. (가운데) 플라스틱·폐비닐·폐종이·철제 등 철저한 분리배출로 쓰레기 배출량이 눈에 띄게 줄면서 한 달에 쓰레기종량제 봉투 20ℓ 한 장이면 충분하다. (오른쪽) 쓰지 않는 전력 낭비 막아주는 멀티탭을 이용해 에너지 절약을 실천한다. (desk@jjan.kr)

"특별한 방법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 작은 것부터 하나씩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지구를 살리는 것은 주부의 손 끝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집 안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도 많고 영향력도 크다는 뜻이다. 개개인으로 볼 때는 작은 노력이지만 전라북도,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실천한다면 파급력은 어마어마 한 힘이 된다.

 

푸른 지구를 지키기 위해 주부들도 팔을 걷고 나섰다는 소식에 든든한 환경지킴이 주부 김은자씨(44,전주시 인후동)를 만났다.

 

어디를 둘러봐도 일반 가정과 다를 것 없이 평범한 그녀의 집. 뭘로 어떻게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다는 것일까?

 

"다른 집과 눈에 띄게 다른 점은 없죠? 저는 어떤 장비나 기구를 통해 에너지를 절약하거나 환경 보호를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생활 속에서 가족 모두 하나씩 습관을 고치다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멀티탭'이었다.

 

꽂아둔 플러그를 버튼을 눌러 개별적으로 전원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멀티탭은 새는 전기를 잡는 데 일등 공신이다. 전력 소비가 많은 컴퓨터나 냉장고 등 집안 곳곳에 다섯개의 멀티탭을 설치했다.

 

"주부로서 볼 때 대부분 주방에서 많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특히, 음식이요. 남기지 않고 먹을 만큼 요리하기·지역농산물 이용하기·냉장고 가득 채우지 않기 등.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김씨는 음식은 지역농산물을 최대한 이용해서 먹을 만큼만 사고 끼니마다 직접 먹을 만큼만 요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냉장고에 가득 채워두는 식재료도 적고 먹고 남기는 음식도 거의 없다. 자연스레 냉장고 효율을 높여 전기세도 절약하고 생활비도 아낄 수 있는 셈.

 

"냉장고를 60% 정도만 채우는 것도 방법이에요. 에너지효율이 높은 냉장고를 선택하면 더 좋죠. 냉장고를 바꾸면서 두 달 새 소비 전력이 거의 40㎾ 정도 줄었어요. 엄청난 절약 효과죠."

 

많이 사서 냉장고에 가득 넣어두면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재료들이 대부분이지만 필요한 것만 사서 바로 먹으면 보관과 구입에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집안에서 이런 노력들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데는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 기후 변화 강사나 객원 기자 등 대외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김씨를 위해 가족들 역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소한 불편함에 익숙해지기까지 쉽지는 않았지만 가족 모두 습관처럼 에너지 절약, 환경보호를 하고 있다고.

 

"가장 줄이기 힘든 것이 '물'인 것 같아요. 씻는 데 사용하는 물도 아끼라고 해서 처음에 아이들과 남편 모두 힘들어 했죠. 비누로 씻으면 물 사용량이 훨씬 많아지니까 물로만 씻도록 하고 머리 감을 때도 세숫대야에 받아서 하도록 습관을 들였죠. 이제는 시키지 않아도 다들 물을 아끼려고 애를 쓰죠."

 

보고 듣고 배운 것이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들이기에 아이들도 남편도 불평하지 않는다. 그는 개개인이 조금만 불편을 감수하면 아름다운 지구를 하루, 한 달 그리고 일 년을 더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주변 환경을 지나치게 깨끗하게 하려고 너무 많은 오염원을 배출하다보니 지구는 되레 더 더러워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환경문제는 이제 전 지구적인 문제잖아요.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공부 잘 하고 좋은 직장 들어가서 돈 많이 벌었다고 가정해볼까요? 환경이 계속 나빠지면 에너지 생산이 어려워지니까 더 많은 돈이 필요해요. 덩달아 생산된 좋은 물건들을 사는 것도 경쟁이 치열해지니 물가도 치솟을거고요. 좋은 환경에서 가족들과 삶을 꾸릴 터전도 없고 돈은 다 써버리는 상황이 되는거죠. 지금 우리는 잠깐 편하겠지만 결국은 대대손손 불편한 삶을 물려줄텐데, 그럴 수는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