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민들과 더불어 큰 슬픔과 애도를 표하고자 한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전북과는 뗄수 없는 인연을 가진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3개월밖에 안돼 비통함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익히 알려져 있듯 김 전 대통령이 가는 길은 바로 역사였다. 파란만장한 생애동안 그가 걸어온 발자취와 그가 남긴 어록은 역사의 방향타였고 민족의 진로를 비추는 빛이었다. 인간의 유한한 수명으로는 서운치 않으나, 해결해야 할 난제가 쌓여 있는 나라 형편으로는 그의 서거가 너무 빨랐다.
이제 우리 앞에는 김 전 대통령이 남긴 정신적 유산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일이 남아 있다. 그것이 그를 보내는 후세들의 몫일 것이다.
먼저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해 보자.
첫째, 민주주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민주화의 대명사였다. 1998년 15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까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을 지나며 무수한 탄압과 생명의 위협을 당하면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놓지 않았다. 5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6년 반동안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행동하는 양심'을 실천한 것이다. 덕분에"한국에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 통에 장미가 피는 것과 같다"던 나라에 민주주의의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집회·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가 문제가 되고 있으나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것이다.
둘째, 남북간 통일을 조속히 이루는 일이다. 김 전 대통령은 평생 남북 통일문제를 연구하고 실천에 옮겨왔다. 공화국 연합제를 비롯 3단계 통일론, 햇볕정책으로 표상되는 대북포용정책 등이 그것이다. 이는 2000년 김정일 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6·15 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 냈다. 일부 보수층의 '퍼주기' 논란과 북핵 위기 등에도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받아,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남북문제에 대한 탁월한 안목을 계승해야 할 것이다.
셋째, 경제난 극복과 성장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발생한 IMF 외환위기를 고스란히 안고 출발했다. 국가 부도사태로 연일 기업들이 쓰러지고 실업자가 양산돼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한 위기를 뛰어난 리더십과 앞을 내다보는 혜안으로 극복해 냈다. 외자를 유치하고 기업과 금융 등을 세계적 기준에 맞도록 개선해 다시 경제를 도약할 수 있게 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넷째, 인터넷 강국의 초석을 놓았다는 점이다. 김 전 대통령은 IMF 극복 과정에서 벤처기업을 기르고 IT산업을 일으켰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선도하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진보와 보수의 갈등, 지역주의 심화 등 그늘도 없지 않았다.
다음은 김 전 대통령과 전북과의 관계를 살펴보자. 김 전 대통령은 호남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그는 산업화와 정치 민주화 과정에서 소외된 호남인의 한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그의 핍박은 곧 호남인에 대한 핍박이었고 그의 성공은 호남인의 한을 풀어주는 해원(解怨)과도 같았다. 김 전 대통령이 퇴임후 광주 방문시 썼던 이순신 장군의 '호남이 없었다면 국가도 없었다(若無湖南 是無國家)'는 그의 호남에 대한 애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전북과의 인연도 남달랐다. 1970년 민주당 대선후보 공천과정에서 전주출신 이철승씨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1971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겨루기 힘들었을 것이다. 7대 대선 이후 전북도민들은 압도적으로 그를 밀어줬다. 15대 대선때는 90.7%의 득표율을 기록,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전북출신 정치인들 역시 그의 우산속으로 모여 들었다. 김원기 정동영 정세균 등도 그의 밑에서 정치수업을 했다. 1988년 이후 20년 이상 전북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74명중 71명이 그의 지원에 힘입어 당선될 정도였다.
그리고 전북의 최대 현안이자 국책사업인 새만금사업과도 인연이 깊다. 새만금사업은 김 전 대통령이 평화민주당 총재시절 노태우 대통령에게 대선공약 이행을 촉구해 기공식을 기질 수 있었다. 또 초창기 국가예산 배정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이처럼 김 전 대통령은 전북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제 김 전 대통령은 우리 곁을 떠났다. 그가 평생 추구했던 민주주의와 남북 통일은 우리가 계승해야 할 과제다. 또 풍요로운 전북을 이루는 것도 우리의 몫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