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국악과 좀 친해져 봅시다. '국악은 고리타분하다' 이런 잣대가 정확한 공식은 아니지 않습니까? 국악과 제대로 '통(通)'해야 '제2의 아리랑'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음악의 세계화는 절대 먼 데 있지 않아요."
18일 오후 7시30분 원광대 디지털대학에서 전주 한방문화센터로 자리를 옮긴 '천년 전주 화요 시민 강좌'. 한상일 성남시립국악단장(54·동국대 교수)과 시립국악단원들이 전주까지 나들이를 나섰다.
한국음악의 역사를 되짚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한국음악의 세계화에 대한 인식을 위해서도 '마중물'이다. 한 단장은 "한국 음악의 역사가 인본주의 움직임이 싹트면서 인문주의자들에 의해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졌다"며 "한국음악의 새로운 신화는 그 뿌리 찾기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인문주의자들의 공이 큽니다. 악성 옥보고, 왕산악, 우륵이 '1세대'죠. 고려시대는 음악사에선 가장 비극적인 시대로 간주되지만, 조선시대로 접어들면서 다시 박연, 세종대왕, 산조 독주곡을 만든 김창조에 의해 르네상스 시대를 맞습니다. 아주 훌륭했죠."
하지만 이후 우리 음악은 시대와 발 맞추기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민란을 겪으면서 전쟁과 내란이 시도 때도 일어났고, 실학사상을 대두돼 우리의 손으로 일군 혁명이 아닌 일본에 의해 왕조사가 무너지면서 음악의 역사도 국운과 함께 한 것. 비극적인 한국음악사의 단면이다.
그는 1970년대 대표적인 토속민요 중 하나인 '아리랑'을 예로 들면서 '시대에 맞는 음악 만들기'를 강조했다.
"'아리랑'은 미국 교과서 100여곳에 실릴 정도로 전세계 모두의 곡입니다. 고종이 즐겼던 곡을 헐버트가 채록했고, 나운규가 그 곡을 듣고 영화 주제곡을 쓰면서 전국적, 세계적으로 보급됐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명제를 이만큼 잘 살릴 수 있는 곡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한 단장은 "민요연구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재해석되고 덧입혀지기 때문에 호적없는 음악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 아리랑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헐버트가 채록한 구 아리랑이 문경새재아리랑의 영향을 받은 선율구조라는 학설이 제기된 것.
결국 그는 "보편적 정서를 한국어법에 맞게 푸는 '제2의 아리랑'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며 "과거에만 얽매여 시대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한국음악이 새로운 신화를 꿈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원들의 즉석 시범 공연으로 문턱 낮춘 국악 공연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도 주목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