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골목길의 추억, 그 살가운 풍경' 최인수 작품전

서양화가 수채화 '전주에 살고 지고'…9월 3일까지 전주 수갤러리

최인수 作 '풍남문 설경' (desk@jjan.kr)

골목길 어귀는 그리움이 해갈되는 곳이다.

 

커다란 무쇄가위가 짤랑거리며 휘젓고 다니는 엿장수가, '아이스께끼' '찹쌀~떡' 소리가 귓가에 머물러 있는 곳. 때론 골목길 담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나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들에게는 술래판이 되기도 했다. 폴싹거리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골목 안 할머니에게 "고추 밟는다"고 지청구를 듣는 일도 많았다.

 

역사의 깊은 골을 간직한 전주 골목길. 47년간 줄곧 이곳에서만 맴돌았던 서양화가 최인수씨(최인수소아청소년과 원장)는 9월 3일까지 전주 수갤러리에서 제5회 최인수 수채화 작품전 '전주에 살고 지고'를 열고 있다.

 

"막걸리를 자주 마셨던 시절, 전주시 중앙동 골목에 대포집인 '정읍집'이 있었어요. 화가며 시인들, 소위 예술 '한 자락' 한다는 이들로 모여 막걸리잔을 기울이던 '야간대학원'이었습니다."

 

해마다 시원한 멸치국물에 모밀국수를 적셔먹는 서울소바는 꼭 한 번씩 가야만 하는 순례 코스. 작가는 옛 전주극장 뒤 튀김 골목, 탕수육에 고량주 시켜 먹던 전주시 중앙동의 '진미반점', 만두맛 하나는 끝내줬던 '일품향'은 마음을 넉넉하게 해주는 어머니의 품과 같았다고 말했다.

 

중앙동 우체국 앞 '설다방'이나 음악다방 '돌체'는 해가 떨어지면 젊은 청춘들이 모여들던 아지트. 홍지서림 근처 '아리랑 제과'는 우동 맛이 일품인 데이트 장소들이 캔버스에 옮겨졌다.

 

처음 붓을 잡은 때가 75년. 그림 잘 그리는 후배였던 김윤진 건양대 교수의 작품에 매료되면서 그는 "의사 최인수 보다 화가 최인수로서의 삶을 더 살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캔버스도 올해로 벌써 35년을 맞았다. 유화에서 수채화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붓질이지만, "아마추어 한계는 벗어나기가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가 마무리되면 전북아트페어 특별전에서 또다른 정물 수채화를 선보일 계획.

 

삶의 더깨가 얹힌 골목길 화폭은 그렇게 깊어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