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前대통령서거] 北 조문단은 최고위급 '실세'

단장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 김 전 대통령 병문안 하기도

북한은 20일 김기남(왼쪽)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오른쪽) 통일전선부장이 포함된 6명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 명단을 남측에 통보했다. (desk@jjan.kr)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조의를 표하기 위해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서울을 방문하는 북한 조문단 단장인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둘다 김 위원장의 측근중의 측근, 실세중의 실세로 꼽힌다.

 

올해 83세의 고령인 김기남 비서는 김 위원장의 후계자 시절부터 최측근 역할을해온 북한 체제 선전의 수장으로서, 체제선전과 주민 사상교육을 책임진 노동당 핵심부서인 선전선동부와 당역사연구소를 관장하고 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을 겸한 그는 지난 2005년 8.15민족대축전참석을 위해 북한 당국측 대표단 단장으로 서울을 방문한 길에 6.25전쟁 이후 북한 당국 관계자로선 처음으로 서울 국립현충원을 참배했으며 당시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병문안했다.

 

지난 4일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방북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위해 마련한만찬에도 참석하는 등 최근 대외관계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 그는 2000년대 첫 10년의 초.중반에는 방북한 외국 고위인사들을 자주 면담할 정도로 대외관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었다.

 

그는 올해 들어 지난 18일 현재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수행 간부 중 가장 많은 59회의 수행 기록을 갖고 있다.

 

선전의 '귀재'로 알려진 그는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 시절부터 김정일체제 강화를 위한 우상화 및 선전을 전담해온 이력을 바탕으로 현재는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된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 정운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선전하는 업무를 총지휘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 사업의 수장인 김양건(61) 부장 역시 김정일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을 겸했으며, 북한의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참사로외교 전반도 관장하고 있다.

 

그는 2007년 말부터 당 조직지도부와 행정부가 대남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작업을 벌여 최승철 노동당 통전부 부부장 등 다른 대남관계 실력자들이 대거 숙청되는 와중에서도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평양에 불러들여 면담할 때 배석했으며, 현 회장과는 별도로 만나 현대그룹의 대북 사업과 남북관계 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5개항의 합의를 담은 공동보도문도 내놓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한 군부가 남북관계 전면에 나서 대남 강경책을 이어간 것을 최근 김정일 위원장이 나서 수습하는 과정이라면 김양건 부장은 대남사업 수장으로서 남북관계를 푸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그가 조문단에 포함된 것은 단순히 조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와 대화의지를 우회적으로 내비치고 접촉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