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북핵 프로세스와 북미대화의 진전 여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양측의 이견, 국내여론 등 넘어야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의 진전 속도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에서 보인 북한 조문단의 행보는 남북관계가 최소한 갈등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국민들이 체감하게 했다.
물론 북측 조문단의 방남과 이어진 남북 고위급 대화 및 북측 인사들의 청와대 예방은 김 전 대통령 서거라는 예측치 못한 일이 '무대'를 만들어 줬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올 상반기 가장 많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수행한 김기남 비서와 대남 실세인 김양건 부장 등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는 장면이 올해 안에 연출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북한은 현 정부 출범 이후 6.15, 10.4선언 이행에 대한 미온적 입장과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발전을 연계한 비핵.개방 3000 구상 등을 문제삼으며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로 칭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전면적 대결태세 진입, 정전협정 불구속 선언 등으로 정부를 압박해왔고 정부도 '북의 위협에굴복하지 않고 태도변화를 기다린다'는 원칙으로 맞섬에 따라 남북간 갈등지수는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북한이 그 속내야 어쨌건 이번 조문단 활동을 계기로 민.관 할 것 없이 남북관계를 전면적으로 풀어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남북관계에 의미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남과 북 중 한쪽이 변해야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일단 변화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는 얘기다.
또 북한이 작년 3월말 이후 공식적으로 거부해온 남북 당국간 대화가 이번 조문단 방남을 계기로 재개된 것도 중요한 성과다.
이와 관련, 김양건 부장은 22일 현인택 통일장관과 면담하기 앞서 "이번 정권(이명박 정부) 들어 첫 당국간 고위급 대화임을 생각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 나눌 수있기를 바란다"고 말해 당국간 대화를 거부해오던 자신들의 기존 입장이 변했음을 시사했다.
그리고 이번 조문단의 서울 도착일인 21일을 기해 북이 '12.1조치'를 전면 해제함으로써 남북관계의 각종 '교두보'가 복원된 것도 추가적인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은 12.1 조치를 해제한다면서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 재가동, 경의선 철도 운행 재개, 육로 방북 시간 및 출입 인원수 원상 회복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북측이 작년 11월 끊었던 판문점 직통전화도 조만간 본격 재가동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