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제2의 고향인 또 다른 그룹을 꼽으라면 전북으로 이전한 기업을 들 수 있다. 결혼 이주민 여성 및 외국인 근로자와는 차원이 다를 수 있지만, 전북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터전을 잡았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 및 고용창출 등의 기여도를 생각하면, 지역내 관심과 배려보다는 오히려 이전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내 자치단체는 물론 세계 각국이 기업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내 이전기업의 실태와 이전기업들이 바라보는 전북을 조명해본다.
▲ 시대별 특징 및 도민의식 변화= 1990년 이전 경공업 위주의 도내 산업구조에서 외지기업에 대한 도민들의 인식은 향토기업 및 지역내 시장을 잠식한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적지 않은 가운데, 일부 이전기업의 경우 경제적 파급효과도 크지 않아 도민들의 관심대상이 되지 못했다.
전북이 외지기업으로부터 생산기지 대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90∼2000년 중화학 공업시대 전환기. 1995년 완주 현대자동차에 이어 1997년 군산 대우자동차 입주한뒤, 1998년 외환위기 영향으로 협력업체 이전이 소폭에 그쳤지만, 전북의 산업구조가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전환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특히 2000년 이후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협력업체 동반이전으로 외지 이전기업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이 고조됐다. 협력업체를 동반한 집단적 기업이전이 촉진되면서 전북경제에서 외지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갈수록 높아졌고, 도민들도 지역경제 활성화 및 경제규모 확대 기대감이 확산됐다.
▲ 도내 이전기업 현황= 이전한지 20∼30년 안팎의 기업들은 사실상 향토기업화 됐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전기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 관련 통계자료 역시 충분치 않다.
전북도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지난 6월 말까지 전북 이전을 표명한 외지기업은 총 547개사로 이중 설비투자를 마치고 본격적 가동을 개시한 이전기업은 총 227개사에 이른다. 이중 약 70%가 2006년 이후 유치 기업으로, 부지매입 및 설비투자 소요기간이 통상 3년 안팎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2010년 이후에는 이전기업의 지역내 역할이 막대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기업을 이전지역별로 보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기업이 137개로 가장 많았고, 부산·울산 등 영남권이 45개로 뒤를 이었으며, 대전·충청권(23개)과 광주·전남권(22개)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전기업의 입주지역은 군산이 99개사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완주(48개) 전주(31개) 정읍(18개) 익산(15개) 김제(5개) 남원(3개) 등 순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및 트레일러가 82개사, 1차 금속 제조업이 65개사, 기타기계장비 제조업이 45개사로 상당수 업체가 자동차 산업과 연관성을 보였고, 그 다음으로 기타 운송장비(10개) 화학물질 및 화학 제조업(7개) 식품(6개) 전기장비(5개) 기타 제조업(7개)으로 조사됐다.
▲ 이전배경 및 유치활동= 이처럼 이전기업이 급증한 것은 우선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으로 수도권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북지역이 투자대상지역으로 경쟁력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전략산업을 선정해 해당 이전기업에 대해 파격적인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기업유치 활동에 나선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전북도는 이전기업의 신규채용인력이 20인을 초과할 경우 초과 1인당 월 50만원씩 6개월간 고용보조금과 교육훈련보조금을 지원하는가 하면, 본사 또는 주사무용 건물의 취득 및 임대지원, 투자금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5% 범위내 이전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LS전선과 현대중공업, 동양제철화학 등의 부지제공을 위한 행정적 지원도 빼놓을 수 없는 인센티브중 하나다.
전북도가 최근 세계 금융위기 영향으로 공장부지 매입후 설비투자를 유보하고 있는 일부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유도 대책반을 구성해 조기투자를 유도한 결과, 올해 53개사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은데다, 새만금 개발이 본격화됨에 따라 기업유치는 더욱 가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