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공공성이 살아있는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합니다."
초가을로 살짝 접어들기 시작한 지난달 28일 전주시 송천동 책마루 어린이도서관의 '행복한 만남'에 귀한 손님이 초대됐다.
7년 전 경기도 용인시의 한 지하상가 40평에서 시작한 도서관은 이제 마을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이 꿈을 키우는 큰 느티나무가 됐다. 그 대화와 꿈을 공유하는 자원활동가와 후원자도 280여 명에 이른다. 꾸준히 벌여온 작은 일이 세상을 바꾸는 일로 만든 사람, 박영숙 느티나무 도서관 관장이다.
박 관장은 '세상 모든 아이들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철학으로 도서관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추구하는 세 가지 원칙은 '가르치지 않는 도서관', '만남, 소통, 어울림'이 있는 마을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곳,'보이지 않는 문턱'도 없는 곳이다.
그는 특히 '아이들은 스스로 배운다'는 것을 믿고,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학교처럼 가르치는 공간으로 자리잡아서는 안 된다며 자기 스스로 배우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을 읽을 권리 만큼이나 책을 읽지 않을 권리도 보장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책을 강제적으로 읽히게 하기 보다는 책과 친해지는 환경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도서관이 일상속의 문화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은 그와 같은 맥락.
"도서관에서 자란 아이가 도서관 마당에서 결혼을 하고, 축가 대신 책을 읽어주는 모습을 꿈꿔요. 불가능한 일이기만 할까요?"
그는 도서관 숫자가 늘었다고 누구나 도서관 자료와 서비스를 누릴 수 있지 않은 것처럼 도서관을 너무 멀게만 느끼는 사람, 도서관에 찾아갈 생각조차 하기 힘든 사람들이 도서관에 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느티나무 도서관은 장애인이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한 책들까지 따로 마련해뒀다.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그는 그 책 한권을 누군가에게 소개하고 읽어주기 위해 도서관 운동을 한다고 했다. 때문에 도서관이 자본주의 논리에 좌지우지 되기 보다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일처럼 공공성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한다는 것.
이어 작은도서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에 대해 예산 지원과 인력 확보에 대한 고민없이 도서관만 짓는다고 해서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꿈을 키우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은자 여성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