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겨울의 앙상한 나뭇가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고, 외롭다.
6일까지 전주교동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동양화가 이희량씨의 첫 개인전 '그래도, 길은 하나'.
"제가 아직 외로운가 보죠. 하고 싶은 걸 못하고 살다 보니까, 마음 한구석이 그늘졌던 것 같습니다. 나무가 바로 저예요."
먹 자체의 색감이 좋아 시작한 동양화. 동양화가 김학곤씨로부터 그림을 배웠다고 했다. 우석대 동양학과를 졸업했지만, 전업작가의 길은 걷지 않았다. 미련은 길고 오래갔다. 친구들과 만날 때면 때로는 부러움으로, 때로는 자신에 대한 책망으로 괴로워하기를 16년.
급기야 지난해 전북대 대학원에 원서를 넣었다. 그리고 1년 후 먹만 쓴 담백한 수묵화 20점을 선보였다.
"얼마 전 서울에 갔다가'이젠 화선지 그림은 쳐다도 안 본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속상하대요. 그래서 오히려 객기를 좀 부렸습니다. 깊고 담백했던 화폭으로 돌아가자 했던 거죠. 제 그림 더러 시대에 뒤떨어진다 혹은 잘 안 팔리는 그림이 될 거다라고 조언하는 선·후배들의 걱정이 반가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의 수묵화에선 바람이 흘렀다. 부는듯 마는듯 하는 바람에선 앙상한 나뭇가지도 잔물결에 흔들렸다. 작가로 홀로서기를 하고 싶은 바람과 현실의 부조화가 그를 고민하게 했던 것. 마음을 가라앉히고 텅 빈 화선지 앞에 선 그는 나무를 '쥐어짰다'. 시선을 달리해 위를 올려다 본 나무의 잔 가지를 타고 그의 또다른 꿈과 희망이 뻗어나간다. 결국 그가 돌아와야 할 곳은 그림이다.
"막상 해놓고 보니, 부족한 것 투성이"라는 그는 "앞으로도 나무 그림은 계속 그리게 될 것 같다"며 "지금은 작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