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축구대회' 대회 중 경기장 급변경 '망신살'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 시설 미비로 운영 미숙 드러내

2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인부 두 명이 삽으로 모래를 뿌리며 바닥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desk@jjan.kr)

전주시체육회와 전주시통합축구협회가 주관하는 '제40회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이 가장 기본인 경기장 시설을 제때 점검하지 않아 경기장을 갑자기 바꾸는 등 파행을 빚고 있다.

 

대회 사흘째인 1일, 오는 6일과 8일, 10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번 대회 32강 아홉 경기가 휴비스 전주공장 축구장과 전주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으로 바뀌었다. 이유는 현재 전주종합경기장 축구장 상태가 엉망이기 때문.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가 아닌 '경기장 시설 미비'라는 이유로 대회 도중 경기장이 바뀐 것은 이례적이다. 전후사정은 이렇다.

 

대회 사흘 전인 지난달 27일 전주종합경기장을 둘러 본 대학축구연맹 김상문 사무국장 일행은 말문이 막혔다. 대회는 코앞인데 축구장 바닥이 곳곳이 파여 있고, 한 달 전 축구장 골대 뒤 투포환장 잔디로 보식(補植)해 맨땅은 메웠지만, 잔디 높낮이가 제각각이어서 도저히 정상적인 경기를 치를 수 없었던 것. 당시 김 사무국장은 "이런 여건을 가지고 대회를 유치한 것은 '사기'"라며 "이럴 거면 대회를 반납해야 되는 거 아니냐"며 현장에 있던 대회 관계자들에게 강한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장을 부랴부랴 바꾼 배경이다.

 

전주시통합축구협회(회장 김기원) 이형재 전무이사는 "이번 대회는 당초 전라북도축구협회에서 유치부터 팀 초청까지 먼저 추진했고, 전주시통합축구협회는 나중에 맡게 된 것"이라며 "큰 대회를 처음 치르다 보니 대회 운영이 미숙하다"고 말했다. 전주시통합축구협회는 전주시로부터 이번 대회 제반 경비로 1억1000만 원을 받았다.

 

한편, 2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선 인부 두 명이 리어카로 모래를 날랐다. 삽으로 모래를 퍼 파인 바닥에 뿌렸다.

 

전주시 시설관리공단 구자혁 주임(스포츠사업1팀)은 "경기 취소는 지난 주말 알았다. 어차피 이곳에서 축구를 하기 때문에 오늘부터 (바닥 고르는) 작업을 시작했다"며 "잔디 높이가 다른 것은 잔디 깎는 기계가 16년 전 쌍방울 구단 때 사용하던 거라, 그마저도 고장 나 일부만 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14일까지 16일간 전주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전주대·우석대·원광대·서남대·호원대·예원예술대 등 도내 6개 대학을 비롯, 전국 52개 대학이 참가한 '매머드급' 대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