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영화 보는 것을 즐기면서도 가끔 괴로울 때가 있다. 슬픈 영화와 공포 영화 볼 때. 혼자 소리 내 울기는 좀 민망하고, 무섭다고 모르는 사람 뒤로 무작정 숨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보기 좋은 영화는 코미디물이라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고 박장대소를 유발하는 코미디 영화를 택하면 멜로나 공포 영화를 볼 때와 같이 민망한 경우가 발생한다. 감동이 적당히 섞였거나 로맨틱한 내용이 더해지면 금상첨화. 같이 영화 볼 사람이 없어도 영화를 보고 싶다면 이번 주는 절호의 기회다. 물론 굳이 혼자 가서 볼 필요는 없고 사람마다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라면 혼자서도 영화관 나들이를 즐길 만 하다.
▲ 프로포즈(코미디, 멜로,로맨스/ 107분/ 15세 관람가)
나름 성공한 여자인 출판사 편집장 마가렛(산드라 블록)은 모국인 캐나다로 추방당할 위기에 처한다. 살아남을 방법은 국적을 취득하기 위한 미국 남자와의 결혼. 마가렛은 그 동안 가혹하게 부려 먹어온 부하직원 앤드류(라이언 레이놀즈)에게 결혼할 것을 명령하고, 앤드류는 승진이라는 대가에 혹해 그녀의 약혼자 행세를 한다. 이민국은 그들의 결혼을 의심하고 행동을 관찰하기 시작하는데. 이민국의 눈을 피해 앤드류의 고향인 알래스카에 가게 된 두 사람. 여기서 마가렛은 그 동안 관심 없었던 앤드류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된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이 영화는 지금까지 로맨틱 영화들을 답습하고 있다. 사건 발생, 사건 해결을 위한 거짓말, 도망, 사랑에 빠짐, 위기, 다시 사랑 같은 뻔한 기승전결이 그것이다. 이것 저것 작은 일로 싸움을 하고 사랑으로 번지고 결국에는 행복해지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뻔한 이야기. 하지만 '프로포즈'는 이런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진부해 보이지 않는다. 그 공을 찾는다면 이미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잔뼈가 굵은 산드라 블록의 농익은 연기와 코미디 장르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고 있는 라이언 레이놀즈 덕분이다. 안 어울릴 것 같은 두 사람이 만들어 낸 영화는 코미디와 멜로의 적정선을 지켜주며 톡톡 튀는 웃음과 감동을 선물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멋진 모습에 남자 주인공에 관심이 생기는 여성 관객들이 대거 생길 텐데 아쉽게도 그는 이미 유부남이다. 더욱이 그의 아내는 할리우드 유명 배우 스칼렛 요한슨.
▲ 드림업(코미디, 드라마/ 111분/ 12세 관람가)
소심하고 뭔가 없어 보이는 이미지의 소년 윌 버튼(갤란 코넬). 하지만 음악에 대한 애정만큼은 2등이라면 서럽다. 윌은 은 전학 첫날 4차원 소녀 샘(바세사 허진스)에게 첫 눈에 반하고, 치어리더 출신에 퀸카인 샬롯 맹크세스크스(앨리슨 미칼카)과 친구가 되기까지 한다. 마침 전교생이 열광하는 음악대회 '밴드슬램'이 개최 된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샬롯의 전 남자친구는 밴드슬램 우승을 노리며 샬롯의 밴드를 무시한다. 이에 화가 난 샬롯은 출전을 결심하고 반 강제로 윌을 매니저로 지목한다. 순조롭게 준비하던 어느 날, 샬롯은 돌연 출전을 포기하고 대회를 포기할 수 없는 윌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되는데.
코미디 영화라기 보다는 청소년 성장영화에 가까운 '드림업'은 많은 면에서 음악에 기대고 있다. 특히 70, 80년대의 록 그룹이 주인공들의 입에 언급되고 연주되면서 관객들을 흥얼거리게 만든다.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음악의 힘이 절로 느껴지는 영화이자, 청소년들의 성장기가 풋풋하게 다가오는 영화. 물론 우리나라 고등학교 문화와는 많이 다르고 하이틴 영화다운 손발이 오그라드는 면모도 가지고 있지만 음악과 순순함이 있어 괜찮다고 평할 수 있다. 윌의 엄마 카렌 버튼역을 맡은 리사 쿠드로가 미국 드라마 '프렌즈'의 피비 였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당신은 이미 청소년은 아닌 것. 영화 내내 슬펐던 것은 이제 엄마 역할을 하는 리사 만큼 나도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