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 의뢰인의 동생이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하였다는 소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동생은 소장의 내용이 너무 장황한 것 같다면서 그 내용을 수정하여 다시 제출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며 저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제가 그 소장을 보면서 놀란 건 그 소장 내용의 난잡스러움이 아니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정신 없이 씌어 있기는 했지만 하여튼 힘들어서 이혼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라는 것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소장에 아무런 증거가 첨부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사실만을 주장하고 상대방이 그 사실에 대해서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승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상대방이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라고 한 마디만 한다면 그 소장은 말 그대로 쓰레기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일반 사람들은 본인 이야기를 할 때 법원이 왜 자기 이야기를 안 믿어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합니다. 저는 그런 분들에게 묻습니다. "왜 재판부가 당신말을 믿어주어야 하나요." 여기에 대한 답이 필요합니다. 그럴 경우 당신은 이렇게 답해야 합니다. 여기에 증거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주장을 입증할 수 있을 만한 증거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 의뢰인은 부인이 춤바람이 났었고, 부인이 자신을 정신병원에 넣은 건 부당한 것이었고, 부인이 자신을 유기하고 있다는 등의 말들을 장황하게 하였습니다. 문제는 상대방이 나는 그런 적이 없다라고 이야기할 때 그 말을 반박할 만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막연히 자신의 말이 사실이니까, 진실은 통하니까 재판부도 나의 억울한 사정을 이해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을 가지고 소송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판을 하지만 재판부는 역시나 증거에 바탕을 둔 판단을 내릴 뿐입니다.
증거도 없이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하게 되면 상대방의 소송비용까지 지불하게 됩니다. 만약 상대방이 변호사라도 선임하게 되면 그 변호사 비용 중 일정액을 물어주게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는 자신이 주장하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준비하는 절차가 먼저 필요합니다.
/박정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