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전주 승암산 무등 스님 시집 '산사의 어느날'

누룽지 맛나는 자연과의 삶

'소쩍다 소쩍다 소쩍… / 나는 밤새워 피를 토하며 / 우는 게 내 업이라오 / 오월의 청량한 달빛 아래 / 구슬피 우는 게 내 업이라오' ('소쩍새 울음' 중에서)

 

사람들이 듣든지 말든지 우는 일을 업으로 여기는 소쩍새 한 마리. 종교인의 삶이 그러할까.

 

열일곱 꽃다운 나이. 이모를 따라 부안 내소사 지장암에 갔다가 해안 큰스님의 '금강경' 법문을 듣고 불가와 인연을 맺고, 스물한살에 충남 예산군 덕산면 보덕사로 입산 출가했다.

 

전주 승암산 죽림토굴 무등 스님(62)이 첫번째 시집 「산사의 어느날」(신아출판사)을 펴냈다.

 

"저는 글이라는 글귀도 제대로 모릅니다. 그리고 글 쓰는 공부를 한 것도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닙니다. 자연과 접하면 살다보니 그저 본 대로 느낀 대로 세월의 흐름을 한구절씩 적게 되었습니다."

 

무등 스님은 "생각과 느낌이 모자라고 뜻과 표현 또한 어색해 서로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바쁘고 짜증스러울 때 구수한 누룽지 맛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종교와 밀접하게 관련된 시편도 있지만, 숨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건져낸 것들이라 누구라도 읽어도 좋을 시들이다. 스님은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쓴 아름다운 글들은 멋진 경치를 감상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염되지 않은 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