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과 먹만으로 자연이 품어내는 저만의 물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수묵화.
여성 수묵화 단체로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연지회(회장 홍성녀)가 올해는 색다른 전시를 준비했다.
11일부터 16일까지 전북예술회관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제22회 연지회전은 나눔과 사랑의 붓길을 이어간다. 작품 판매 수익금을 다문화 가정을 돕기 위해 기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사회 환원이라는 거창한 말을 내걸지 않더라도, 좋은 일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일이다.
홍성녀 회장은 "여성들이 그림 그린다고 하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나 보다 라고만 여기는 분위기가 많아 늘 활동하면서 조심스러웠다"며 "하지만 이토록 오랫동안 연을 맺어온 단체가 흔치 않은 만큼 늘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참여작가는 임정희 정미라 김재숙 강금란 홍성녀 전기풍 김영희 오연숙 조 윤 양윤영 양기순 장정하 임섭수씨. 꾸밈이 적고 여백미가 깊은 40~50호 작품을 비롯해 소품 4점씩 총 50여점이 전시된다.
담담한 맛과 고요한 운치가 스며있는 이번 전시엔 손에 잡힐 듯한 풍광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물들이 선보인다. 문인화풍 구상 작품에 채색보다는 담백한 수묵화 느낌을 선호하는 연지회는 그간 일본 가나자와시 수묵화 단체인 북수회와 5년째 교류전을 해오면서, 전통적인 기법을 연습하는 붓질 위주로 세련된 화폭을 선물해왔다.
연지회 지도교수 목원 임섭수씨는 "그간 연지회가 성장하기까지 주위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정작 보답할 길이 없어 아쉬웠다"며 "수묵화가 화단에서 없어지는 추세지만, 전통적인 수묵화 기법을 고수하면서 현대화를 고민하는 희망의 붓질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