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인터뷰]박재규 경남대총장

"남-북대화 재개 위해 전향적 자세를"…핵문제 해결돼야 3차 정상회담 가능

금강산 관광객 총기사망사건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남북문제가 최근들어 달라지고 있다. 북한이 유화정책을 펴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사절단과 이명박 대통령의 면담 등이 이어지면서 화해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특히 추석전 이산가족 상봉 합의, 월북어선 귀환 등의 성과 등을 앞세워 남북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전북일보를 비롯해 전국 9개 지역 유력일간지로 구성된 한국지방신문협회는 남북문제전문가인 박재규 경남대 총장으로부터 남북관계 해결방안 등을 들어봤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지낸 박 총장은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 북한이 최근 대남 유화책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일관된 대북정책'이 거둔 성과라는 평가도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북한의 최근 대남 유화책은 그동안 중단되었던 금강산, 개성관광을 비롯한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의 재개를 바라는 필요성에서 나온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남북경협사업의 재개와 진전을 통해 경제적 수익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또 북미관계 개선과 협상 추진에 앞서 남북간의 대화, 교류협력의 계기 마련으로 대화를 위한 긍정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정부가 원칙과 유연한 접근을 바탕으로 한 일관된 대북정책의 추진이 북한으로 하여금 먼저 '화해의 악수'를 청하도록 유도했다.

 

◆ 북한의 후계자론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3대 세습이냐 집단지도체제냐에 대한 견해는.

 

△3대 세습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일 위원장은 내부적으로 3대 세습을 대비, 후계교육 준비를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3년간 세 아들들은 노동당 조직부 등의 소속으로 후계수업을 받아 왔으며, 지난해부터는 김정운에게 더 무게를 두고 후계교육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김정운이 후계자로 공식 결정된 것이 아니라, 후계자로서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자질교육과 테스트과정이라고 거쳐야 할 것이다.

 

◆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위한 조건은 어떤 것이 있나.

 

△이명박 정부도 정상회담을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제3차 정상회담 개최는 무엇보다도 핵문제 해결에 대한 진전이 핵심적인 요건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핵문제 해결의 진전없이는 남북간 화해, 협력의 한계를 명백히 하고 있다. 또 제3차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과거 이념적 대립의 틀에서 벗어나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동북아의 큰 구도속에서 남북관계 발전 계획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두차례 정상회담의 경험적 사례에 비춰, 우리 사회 내의 국민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지적하고 싶다.

 

◆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제재를 지속하겠다고 말한다. 이같은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나, 아니면 대화를 위한 유인책이라고 봐야 하나.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는 대북제재는 북한의 '완전굴복'을 위한 제재라기 보다는 6자회담에서 합의한 '9·9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북한당국의 의지표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테이블에 나오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및 여기자 석방과정을 보면 북미간의 물밑접촉은 지속되어 왔고, 향후에는 좀 더 높은 급에서 북미관계개선을 위한 노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머지않아 명분만 갖춰지면 6자회담에 복귀할 것으로 믿는다.

 

◆ 미국은 6자회담의 틀 속에서 양자 대화를, 북한은 양자대화만을 고집하는 듯 하다. 절충점은 있나.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6자회담도 북미 양자회담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6자와 북미 양자회담의 병행 가동이 절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미간 핵문제 해결방향과 구도가 정리되면 명분을 갖춰 6자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북미 양자대화를 주장한다해도도 한반도 비핵화 추진과정에서 참여국가들의 역할 분담이 있는 만큼 다자회담 틀 속에서 해결점을 찾게 될 것이다.

 

◆ 총선에서 일본의 민주당이 압승했는데, 북일관계 전망은.

 

△북일관계의 현존과 변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생각해 봐야 한다. 일본 국민들이 국내정치와 경제정책과는 달리 민주당의 안보정책에 불안감을 가지지 않는 것은 외교안보노선에 있어 기존의 자민당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수적인 대북 강경론이 중심이 된 자민당과 달리 민주당은 북한과의 우애와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입장정립에 따라 양국관계의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해외언론에서 북한 김정일 체제의 조기붕괴설 등이 자주 언급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북한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북한의 자체붕괴나 조기붕괴로 곧바로 연결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대외적으로 북미적대관계가 북한의 안보를 위협하고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가 심화되면서 최근에는 북한 붕괴설 등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 역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이미 후계체제 정립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 유고로 인한 조기붕괴설도 당분간은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조언한다면.

 

△어떤 경우에도 평화적 통일이라는 목표를 포기할 수는 없다. 보수와 진보는 이같은 평화통일 방식이라는 큰 틀의 방향에는 합의하면서 이를 이루는 접근방식에서 좀 더 원칙적인 입장과 좀 더 유연한 입장 사이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남북화해협력과 상생공영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통일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다시 열리는 남북간 '대화의 문'이 닫히지 않고 향후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 대북전문가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은 경남대 교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한국대학총장협회 회장,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경남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