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의 침방울이 체내에 들어왔을 때 발병하는 신종플루의 특성 때문에 '주당'들이 술 잔 돌려 마시기를 꺼려하고, 음주량을 줄이는 등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전주의 한 가맥집 업주 박모씨(43)는 "예전에는 손님들이 옆 사람에게 잔을 돌리고, 서로의 잔이 뒤섞인 지도 모르게 폭탄주를 만들어 마셨지만 요새는 각자의 잔을 고수하는 이들이 많다"며 "신종플루가 호흡기가 아닌 침으로 감염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잔 돌려 마시기를 꺼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평소 음주를 즐기는 시민들도 "잔은 돌려야 맛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께름칙한 게 사실이다", "술잔 뿐 아니라 요새는 식당에서 함께 국을 떠먹는 것도 피하고 있다"는 등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 다량의 음주는 면역력을 떨어뜨려 감염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에 따라 1차에서 술자리를 마감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창섭 전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알코올에 약하기 때문에 감염자의 잔으로 술을 마신다 해서 반드시 감염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잔을 돌려 마시면 신종플루 뿐 아니라 A형간염에 감염될 우려가 있다"며 "신종플루로 인한 개인위생 의식 강화가 이참에 술자리 문화를 바꾸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최근 감염예방을 위한 '술잔 돌리지 않기', 음주량과 횟수를 줄이는 '저위험 음주원칙', 과폭음 예방을 위해 음주상태를 체크하는 '민감성 음주원칙', 음주를 조절하는 '책임 음주 원칙' 등 신종플루 감염 예방효과가 있는 건전 음주수칙 4가지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