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소리 열정에 반했죠" 마우리치오 살타린

호남오페라단 '나비부인' 출연 이탈리아 테너

상업적으로 전락해 버린 이탈리아의 오페라는 더이상 그에게 감동이 아니다. 이미 예술적 혼이 사라진 오페라의 본고장 보다는 낯선 땅의 열정이 더 좋다.

 

호남오페라단(단장 조장남)이 여는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11~13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 '핑커톤'역으로 출연하는 테너 마우리치오 살타린은 "오페라의 진정한 유산과 정신이 한국으로 옮겨진 것 같다"고 말했다.

 

1일부터 전주에 머물며 연습 중인 그는 '이탈리아 10대 오페라가수'. 음악비평가들은 '현대적인 테너 소리가 아닌 과거적인, 테너 황금기 시대 흘러간 대가를 생각나게 하는 목소리'라고 극찬한다.

 

그러나 스물일곱살까지만 해도 그는 가업을 이어가는 돼지농장 매니저에 불과했다. 성악을 전문적으로 하게된 것은 수학교사였던 아내 덕분. 아내가 동료 음악교사에게 남편의 목소리를 칭찬한 것이 계기가 돼 합창단에 들어가게 됐고, 테너 다닐로 체스타리에게 본격적으로 성악을 배우게 됐다. 1989년에는 루치아노 파파로티 오페라단의 인터내셔널 콩쿨을 비롯해 5개 콩쿨을 휩쓸면서 '타고난 목소리'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2007년 광주에서 공연된 '나비부인'이 연이 됐다.

 

"사실 다시 활동을 시작한 지는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부모님과 장모님이 세상을 떠나면서 음악 활동도 접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었죠. 그 때 같은 음악코치 밑에서 공부했던 소프라노 다리아 마지에로의 주선으로 광주 공연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이탈리아를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해 보자는 마음이었죠."

 

그는 "광주에서는 오케스트라나 상대배역들이 유럽인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전부 한국인과 하게 됐다"며 "한국인의 열정을 사랑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번 공연이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살타린은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 '리릭 스핀토'와 '드라마틱 테너' 사이에 걸쳐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서정적인 쪽으로 노래해 왔지만 앞으로는 무게감을 더해 극적인 역할까지 소화해 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는 11일과 13일 각각 두명의 '나비부인'들과 연기한다. 고은영씨와 김유섬씨 중 누구와 호흡이 더 잘 맞냐는 질문에는 "각각 다른 특징, 발성을 하고 있어 두 명의 가수 모두 함께 하는 묘미가 있다"며 비켜섰다.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다 보니 한국 유학생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오페라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베니스의 상인'이 오리엔트와 유럽 문화를 교류시킨 것처럼 나 역시 동양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있었고, 덕분에 한국에도 쉽게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닌, 내가 불러서 기쁘고 청중이 들어서 좋은 노래"가 그의 목표. 꿈이 하나 더 있다면 한국과 이탈리아 사이에 성악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살타린은 "재능있는 유학생들이 경력을 쌓기 위해 무조건 무대에 오르고 수익금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챙기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학생들을 끌어모으기 보다는 실력있는 학생들을 키워내는 정직한 학교를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