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엄마는 부모이자 친구고, 자매이자 선생님 입니다. 그만큼 가까운 관계죠. 그런데 너무 가깝다 보니까,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몰라요. 상기시켜주고 싶다는 욕심에서 시작했습니다."
9일 개봉 예정인 영화 '애자'의 감독인 전주 출신 정기훈씨(35) 휴대폰이 쉴새없이 울렸다. 이곳 저곳에서 인터뷰 전화가 이어졌던 것. 엄마에게 보내는 딸의 러브레터에 답하는 러브콜이다. 지난해 부산영상위원회의 시나리오 공모전 최우수작에 선정된 데 이어 직접 메가폰까지 잡게 된 그는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했다.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옮길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큰 행운입니다. 사실 시나리오 쓸 때가 힘들었지, 제 머릿속에 그렸던 것들을 옮기는 작업은 즐거움 그 자체였어요."
'애자'는 세상의 많은 딸과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다. 무수히 많은 푸닥거리를 해대면서도 막상 서로를 잃게 되면 가슴 무너지는 존재감을 확인하는 모녀관계의 심리묘사가 잘 드러났다는 평가.
실제 그는 이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모녀 400쌍을 직접 인터뷰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용이 영화 속에 곳곳에 녹아 있어요. 딸에게 맞선을 보게 하는 장면도 인터뷰에서 따온 겁니다."
그는 "전라도의 끈끈한 정을 보고 자란 그로서는 아무래도 억척스러운 어머니는 경상도가 더 맞을 것 같아 부산 어머니를 내세웠다"며 "배우 최강희씨와 이영애씨의 부산 사투리가 자연스러워 믿고 맡겼다"고 했다.
본래 그는 영화가 미치도록 좋았던 '영화광'이었다. 백제예술대학에 입학할 때에도 영화감독 이외엔 다른 직업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을 정도. 첫 작품인 만큼 기대가 크지만, 무엇보다 관객들에게 편안한 모습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어떤 이야기를 끄집어 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살아가는 모습의 애잔한 향수를 불러내는 그런 감독으로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