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 공동체적 삶의 복원 - 최성은

최성은(전주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

1950년대 후반 미국의 한 의과대학 의사인 울프교수는 농장에서 여름을 보내던 중 옆 마을에 심장마비 환자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마을은 로제토라는 마을로 이탈리아의 로제토라는 마을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었는데, 당시 65세 미만 미국인의 사망원인 중 1위가 심장마비였기에 그는 이 마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유전적 기질, 음식, 운동, 지역적 요인 등 다각도로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원인을 밝혀낼 수 없었다. 혹시 유전적 요인이 아닐까 했지만 이탈리아의 같은 마을에 살던 사람들도 미국 내 다른 지역에 거주하면 심장병이 발병하는 일이 많았다. 오랜 시간 후에 그는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로제토 마을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된 비밀은 식생활이나, 유전, 운동, 지역적 특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길을 걷다가 마을 사람들을 만나면 안부를 묻고 잡담을 나누며, 뒤뜰에서 음식을 만들어 서로 나누어 먹는 '마을 공동체'였던 것이었다. 고향마을의 농촌문화를 그대로 옮겨온 로제토 마을 사람들은 공동체 생활을 만들어냄으로써 현대 사회의 압박과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있었던 것이다(아웃라이어,말콤 글래드웰).

 

돌이켜 보면 과거 우리의 모습에는 이러한 모습이 많았다. 이웃과 함께 어울리면서 나눌 줄 아는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개발과 경제적인 발전, 신자유주의적 관점의 물질적 풍요를 강조하는 세태가 되면서 이러한 삶은 조금씩 사라져 갔다. 그렇다면 경제성장이나 혹은 물질적 풍요가 우리의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미국 사회 공동체가 파괴되고, 미국인들의 '사회적 연계와 연대'가 어떤 식으로 단절되어버렸는가를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는 책 <나 홀로 볼링> 에서 로버트 퍼트넘은 경제성장이나 혹은 물질적 복지가 근본적으로 공동체를 소생시켜주면서 인간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퍼트넘은 20세기 후반의 수십 년 동안 미국 전역의 많은 지역사회 단체, 투표, 전문직 단체, 노동조합, 소규모 취미 단체, 종교 단체 등의 공식적 부분의 활동뿐 아니라 친구와의 유대, 이웃의 방문 등 개인적인 사교 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참여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통계 자료를 통해 밝히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가장 두드러진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미국의 '볼링' 문화의 변화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나 홀로 볼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한다. 미국 사회가 깨진 유리조각처럼 '개인들의 원자화'로 파편화가 되었으며, 특히 레이건과 부시의 집권기에 풍미한 신자유주의 물결에, 원자화된 개인은 나 홀로 볼링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나 홀로 볼링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사회적 네트워크와 공동체의 해체 그리고 사회적 고립이 육체적·시민적 건강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요즘 잘사는 것에 대한 관심들이 많다. 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운동이나 먹거리, 경제적인 것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건강한 삶을 살기 원한다면 이러한 물질적인 것보다는, 나만 잘되면 된다는 고립된 삶이 아닌,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 삶을 복원하는게 어떨까 싶다.

 

/최성은(전주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