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인 힘으로 순식간에 인체의 특징을 잡아내는 크로키가 '누드'와 만나면 선의 예술, 곡선을 탐하게 된다. 사람 몸이 산이 되고, 바다가 되면서 일필로 삼라만상을 풀게 되는 것.
11일부터 30일까지 완주 오스하우스 갤러리에서 열리는 '제13회 전북누드크로키전'엔 서울, 대전, 대구 등 전국 누드크로키작가 70여명이 초대됐다.
고운 모시천이 하늘거리듯 손을 스치자 여체가 춤을 춘다. 곡선과 부드러운 느낌이 강조되는 게 여체라면, 선이 굵고 직선적인 느낌이 더 강한 게 남자 누드다. 원숙한 붓놀림으로 짙게, 때로는 흐리게 흐르는 먹선은 숨이 찰만큼 힘차다. 점에서 시작해 선까지 돌아가는 화폭엔 훨훨 나는 벌거벗은 조형미가 자리잡고 있다.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박상규 라인크로키 회장은 "단숨에 뽑아내는 선의 느낌을 살리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정확하고 간결한 표현을 익힐 수 있게 된다"며 "크로키가 이전엔 미술의 기초과정으로 여겨졌지만, 이젠 하나의 장르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작가 강정옥 한국크로키회장은 "사람들이 왜 하필 누드를 고집하느냐고 많이 묻는데, 누드를 고집한다기 보다 누드에 자연에 가장 근접한 선의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라며 "누드크로키도 넓은 의미의 드로잉에 해당되기 때문에 대중화되기가 쉬운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6시부터 오스하우스 갤러리 야외특설무대에서는 공개누드크로키전도 열린다. '오늘 같은 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등 팝발라드로 80년대 인기를 누렸던 가수 이광조씨가 감미로운 선율을 선물할 예정. 작가들의 연필이, 펜이, 붓이 이날만큼은 자유롭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