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도교육청이 지난 4일 일선학교에 대한 실태점검을 벌인 결과는 이런 사정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130개 고등학교중 24개 학교(19.1%), 204개 중학교중 20(9.3%) 학교에서는 매일 발열체크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열이 있거나 의심을 호소하는 학생들에 한해서만 보건실에서 발열을 점검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온도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예산이 배정되기 이전에 학교에서 우선 온도계를 구입할 것을 지시했지만, 이미 시중에는 온도계가 거의 없는 시점이었다. 일부 학교에서는 혀온도계를 구입했다가 곧바로 폐기하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졌고(신종플루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침이나 타액을 통해 전염된다), 학생수가 적은 일부 학교에서는 수은온도계를 학생수만큼 구입해 지급하기도 했다.
사실 교과부의 발열체크 결정 발표는 상당히 갑작스런 것이긴 했지만, 시기적으로는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이날(26일)까지 도내에서만 28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발생한 학생환자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수준으로, 초동대처가 이미 늦었고 잘못된 것이다.
초기 환자수 파악에도 많은 혼선이 있었다. 보건소나 행정당국이 교육청에 환자수를 통보해주지 않아 교육청이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일부 보건소에서는 의심환자에 대해 "거주지가 우리 지역이 아니니 살고 있는 지역에 가서 확진판정을 받으라"고 요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확진판정에 따른 사후관리 등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 확진판정 절차를 기피하는 사례도 빚어졌다.
현재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선 학교와 도교육청이 파악하고 있는 환자수가 서로 다른 경우도 있고, 일부 학교에서는 의심환자가 발생해도 통보하지 않고 있다. 확진을 받지 않으면 보건소에서도 알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환자수 파악도 기관마다 서로 다르다. 도교육청은 자택에서 격리 치료받고 있는 경우에도 환자로 분류하고 있지만, 행정기관에서는 병원에 입원한 경우만 통계를 내고 있다.
'사건 축소'에 서로 암묵적으로 합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교과부는 지난 5일 전국의 학교에 대한 신종플루 대책상황을 점검 보고토록 했으나 온도계의 숫자는 따지지 않고 유·무만을 보고토록 했다. 온도계 한 두개로 1000여명의 학생을 발열체크 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점검을 위한 점검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종플루가 발생한 학교의 한 교사는 "언론을 보면 매일 대책회의를 한다고 하는데 정작 학교에 시달된 것은 없다. 체온계 몇개 사준 것이 고작이다. 교육청과 보건소에서 사람들이 왔다갔다 정신없기만 하다.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며칠이 걸리기 때문에 확진판정을 받을 때쯤에는 아이는 이미 다 나은 시점이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