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건지산 측백나무 숲. 장애인길 쉼터에서 최씨의 투병기를 듣는 사람들이 의자에 빙 둘러 앉았다.
"지난 해 12월 17일 서울 보훈병원에서 직장암 수술을 받았어요. 지금 8개월이 되어가네요." 아직도 원기가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은 것 같다. 수술 전에도 담배는 피우지 않았고, 건강한 체질에 술은 빼놓는 날이 별로 없었단다. 그런데 갑자기 혈변이 나오고, 하루에도 여러 번 대변이 불규칙하게 잦았다. 술 때문에 매년 해야 하는 건강검진을 6년 동안 미루었다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직장암이 발견됐다. 직장암 2기. 15cm되는 직장 중에 7cm정도에 암세포가 퍼졌다.
수술 예약을 해놓고서도 하루 전날 취소했다. 직장을 모두 드러내고 대장과 항문을 연결하는 수술이다. 너무 고통이 크고 위험하다는 경험자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돈 모으는 일에만 정신 쏟고 무절제했던 생활이 모두 헛된 일이라는 자책과 슬픔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겨우 정신을 차린 뒤 죽음을 각오하고 의사와 가족의 권유로 수술을 결심했다. 수술 후에 80kg의 체중이 59kg로 줄었을 때 깜짝 놀랐다. 직장암 3기는 50%, 4기는 95%이상으로 사망률이 높다.
"얼마나 밥이 먹고 싶던지 식판에 담아온 밥을 금방 먹어치웠지요. 그게 큰 화근이었어요. 대변도 막히고 하마터면 평생 대변 주머니를 몸밖에 차고 다닐 뻔 했지요." 그로부터 두 달 동안 밥은 물론 다른 음식도 일절 금하고 링거로 연명했다. 어느 추운 날 밤 항문이 아파서 화장실이 떠나가라고 소리를 질러 소동이 벌어진 후 큰 대변이 나왔다. 그는 그게 기적이라고 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대변보는 일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 것을 처음 느꼈다.
퇴원은 했지만 며칠 전까지도 하루에 50회 정도의 대변을 보아야 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이를 악물고 걷기 운동도 계속 했다. 지금은 점점 낳아져서 하루에 20회 정도 대변을 본다.
"수술 후 음식 조절과 운동이 가장 중요해요. 병원에서 처방한 약은 기본이고요, 유기농 채소와 콩을 넣은 쌀밥, 고구마와 감자 그리고 홍삼 등 한약을 날마다 복용해요. 건지산은 저의 야외 치료실이고요. 참, 육류와 찰밥은 절대 먹으면 안돼요." 찰밥을 먹었다가 대변이 안 나와 죽을 뻔 했다고 눈을 둥그렇게 뜨고 강조한다. 편백나무 숲이 그렇게 좋은 향기를 뿜어대는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다면서 그는 조심스레 발길을 옮겼다.
통계청 자료(2006~2007)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만명 당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1위 폐암, 2위 간암, 3위 위암, 4위 대장암, 5위 췌장암으로 밝혀졌다. 그 중 65세 이상 사망률은 1위 폐암, 2위 위암, 3위 간암, 4위 대장암으로 나타났다. 대장암의 경우 순위는 바뀌지 안했으나 그 숫자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직장암을 예방하려면 지방 섭취를 줄이고, 과일이나 채소 등 섬유질과 칼슘을 많이 취하는 식이습관을 가져야 한다. 과체중, 과음, 흡연은 금물이고, 적당한 운동습관을 길러야 하며 무엇보다도 매년 정기검진을 받아서 조기에 발견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금암노인복지관 실버기자단 신정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