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암 가운데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위암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기 위암환자의 약 80%에서는 증상이 없어 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된다. 증상이 있었다 하더라도 환자들이 느낄 수 있는 증상들은 속쓰림, 조기포만감, 오심, 구토 등 위암이 없더라도 흔히 일상 중에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러한 증상은 우리가 과음하거나 자극적인 음식이나 약물 또한 스트레스 등에 의해서 보일 수 있는 일반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위암환자에서 대부분의 증상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무시하는 경향이 많다. 위암이 진행된 상태로 발견된 환자를 대상으로 증상을 물어보아도 약 30~50%에서는 발견 당시까지도 증상이 없다고 말한다. 이렇게 위암은 증상으로 발병 여부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위암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 첫째이고 다음은 조기 발견이다.
위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건강한 식습관이다. 평소 과음이나 과식을 하는 습관은 위를 망가뜨리는 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소금에 절인 음식이나 탄 음식이 발암 물질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육류를 간간히 양념해 바짝 익혀 먹으면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담배 한 대 피워 물면 이 보다 더 기막힌 발암 행위는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위암에 안 좋은 식습관을 가졌다고 해서 모두 위암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위암은 유전적인 요인, 환경적 요인 등 여러 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그 중 일부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미 알려진 수많은 가능한 인자들을 우리가 완전히 조절할 수는 없기 때문에 위암 발생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정기적인 검진으로 조기 위암 또는 위암의 전 단계 병변을 발견하는 것이 좋다. 증상도 없는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고 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주 위내시경 검사를 하고 의심되면 조직검사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따라서 평소 속 쓰림 증상이나, 과음, 과식 등의 위험인자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주 위내시경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위내시경은 1~2년에 한 번 시행하는 것이 적당하다. 위궤양이나 다른 위 관련 질환이 있다면 더 자주 시행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없더라도 40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가 추천된다.
최근에는 광학 및 전자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내시경 화질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면서 암이 되기 전 단계나 약 1~2mm 정도의 미세 세포 암 단계에서 진단율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선종이나 이형상피단계와 같은 전 암단계나 점막암단계에서 발견되면 개복수술이나 항암치료를 하지 않고 대부분은 내시경적으로도 완치시킬 수 있다. 내시경 치료기술 및 기구의 발전으로 때론 크기에 상관없이 점막에 국한된 조기위암의 경우 직경이 10cm가 넘는 조기 위암도 내시경적 점막박리수술로 개복수술 및 항암치료 없이도 완치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장진영이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음에도 그 곁을 지켜주던 남자는 그녀와 혼인식을 올리고 죽는 날까지 곁에서 정성스럽게 간호를 하였다고 한다. 미리 건강 검진을 통해 위암을 조기에 발견했더라면 둘이서 더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주변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손잡고 미리 위내시경을 시행해 보는 것이 어떨까?
/이수택(전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수택 교수는
전북대 의과대학 졸업 및 동대학원 석·박사
미국 Rochester대학 Issac Gorden center 연수 (1993~1995)
전북대병원 종합검진센터 소장, 교육연구실장, 진료처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