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사회를 바꾼다] 한일 에코캠프, 일본생태하천 방문기 (상)

"자연의 자산이 개발보다 더 값진 보상"…한국 대학생 23명 사가현·구마모토현 갯벌·방조제 체험

일본 사가현과 구마모토현 앞 바다 '아리아케해' 갯벌 탐사. (desk@jjan.kr)

"강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예전 같으면 무심코 지나쳤을 강들이 어디에서 발원해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8월 3일에서 8일까지 만경강과 새만금 일대에서 진행된 "한일 하천에코 캠프" 참가자 김요단(전북대 2학년) 대원의 말이다. 5박6일 동안 한국과 일본의 대학생 36명은 만경강따라걷기, 하천생태모니터링, 만경대교에서 심포항까지 보트탐사를 하며 강을 배우고 느꼈다.

 

그로부터 20여일이 지난 8월28일, 한국 참가자 23명이 6박7일간의 일정으로 일본 큐슈섬 사가현과 구마모토현을 방문해 이 일대의 하천과 갯벌, 물 관련 시설을 둘러보고 환경 NPO 관계자를 만나고 돌아왔다.

 

두 차례에 걸쳐 대원들에게 인상 깊었던 곳을 중심으로 에코캠프 일본 일정을 2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 아리아케해와 이사하야 방조제

 

사가현과 구마모토현의 앞 바다인 아리아케해는 조수간만의 가 커서 드넓은 갯벌이 형성되어 있다. 물이 빠지면 수 많은 짱뚱어들이 갯벌의 생명력을 보란 듯이 자랑한다.

 

그런데 이사하야만 방조제 건설 이후 바다 바깥 바다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김양식 피해는 물론 물고기와 조개류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 이곳 어민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어민들은 간척사업의 중단과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일본에선 보기 드문 해상 시위가 벌어졌고 '소생하라 아리아케" 라는 법정소송이 있었다.

 

카사미-하륙사용수군. (desk@jjan.kr)

먼저 방문한 곳은 이사하야만. 7km의 방조제가 바다를 가로질렀다.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양쪽의 물빛이 너무나 달랐다. 방조제 내측의 담수호는 황토 흙탕물처럼 벌겋고 바깥쪽은 바다는 쪽 빛이었다. "수질이 나쁜 담수가 흘러나가면 김 양식과 어로 활동에 피해를 준다는 어민들의 반대로 수문을 열지 못해요." 수질이 왜 이리 나쁜지에 대한 오카씨의 답이다. 이동훈(성균관대 3년) 대원은 "만경강 보트탐사 때 만경강 수질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사하야 담수호는 더 심각한 것 같다며 새만금사업의 앞날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 고 밝혔다.

 

다음날 대원들은 이사하야만 방조제 건너편인 미도리강 하구에서 배를 타고 갯골을 따라 갯벌로 나갔다. 김 양식을 하며 하천보호 NPO 활동을 하는 하마베(60·天明水회 이사장)씨는 " 방조제 건설 이후 조류의 흐름이 약해서 갯벌이 퇴적물이 쌍이고 있어 어패류가 많이 줄었으며, 김 양식도 잘 되지 않는다" 고 설명한다.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던 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갯벌로 달려 나갔다. 갯벌은 온통 살아 있는 것으로 가득했다. 손으로만 파내도 백합, 모시조개 들이 걸려 나온다. "최근에는 중국산 조개류가 너무 싼 가격에 수입이 되는 바람에 자신들이 먹기 위해 잡는 것 외엔 팔기위해 잡는 맨손 어업은 거의 사라졌다" 고 하마베씨가 덧붙였다.

 

▲ 개발의 시대, 아름다운 선택 타카모리 용수터널

 

30년 전. 아소 화산 분지를 둘러싸고 있는 산을 뚫어 동서를 잇는 철도 계획에 따라 타카모리 마을 앞으로 6km의 터널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약 2km를 파들어 간 지점에서 문제가 터졌다. 지하수가 콸콸 쏟아져 나온 것이다. 관계자들은 당시 토목기술로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터널의 안전과 지하수 환경 피해를 우려해 공사를 중단한 후 전면 취소했다.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오카씨는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해서 터널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모두의 생각 이었다" 고 말했다.

 

그 후 이곳은 마을 주민들에 의해 용수터널 공원으로 만들어졌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터널 안을 관광 상품화하기로 한 것이다. 물이 흐르는 수로를 만들고 천정에 주민들과 학생, 단체, 작가들이 만든 모빌들을 매달았다. 화려하거나 기교가 뛰어지는 않지만 정성껏 만든 작품들이 아기자기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레이저를 이용한 물 분수도 규모는 작지만 탄성이 나오게 할 만큼 아름답다. 토목공학을 전공하는 김도형(전북대 3년) 대원은 "공익과 사익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수자원이라는 지역의 자산이 더 큰 이익을 준다는 것에 합의한 이 선택이 참 신선했고, 결국 그 선택은 옳았다" 고 밝혔다.

 

▲ 화산이 선사한 선물, 물의 마을 카사미

 

구마모토시는 물이 풍부한 도시다. 주민 전체가 지하수를 먹는다. 산토리 맥주도 유명하고 생수 산업도 활발하다. 스폰지처럼 물을 머금고 있는 인근의 아소화산지대 덕분이다.

 

대원들은 차갑고 깨끗한 지하수가 펑펑 솟아나서 하천 습지를 이루고 있는 카사미 마을을 찾았다. 이곳은 얼마 전 일본 100대 명승지 중의 하나로 지정되었다. 천연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는 가족들, 족히 5m는 넘어 보이는 다리 난간에서 다이빙을 즐기는 까까머리 어린이들과 마을 청년들이 손을 들어 반긴다. 수변의 숲은 무성하고 나무산책로로 이어진 습지는 명승이라는 이름이 허명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곳은 주민들이 경관과 수질을 꾸준하게 잘 관리되어 왔다. 식수로 이용하는 곳과 빨래터, 허드렛물을 이용하는 공간이 용도에 따라 나눠져 있다. 오카씨는 "주민들의 접근을 제한하는 관리가 아니라 물과 주변의 공간을 이용하면서 그 소중함을 알게 하면서 자율적으로 관리하게 하는 방식" 이라고 설명한다.

 

/이정현 NGO객원기자(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