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만만2', '놀러와', '황금어장-라디오스타', '해피투게더', '상상플러스' 등 어느 프로그램이든 예외가 없다. 심지어 연예인 커플이 탄생하면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커플로 맺어졌다"며 '증거 자료'를 내놓기도 한다. 같은 시간에 두 채널에서 한 연예인이 똑같은 연애담을 늘어놓기도 한다.
물론 시청자들은 연예인들의 진짜 삶을 엿보고 싶어한다. 드라마나 영화, 무대에서의 모습 외에 진솔하면서도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하루가 멀다고 방송하는 TV 토크쇼는 대중의 관심사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주는 '해결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문제는 대부분 토크쇼가 연애담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아주 가볍고 자극적인 연애담이 주종을 이룬다.
이 때문에 연애가 아닌 다른 주제에서는 연예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거의 알 수 없다. 즉, 배우나 가수 등 '대중 예술인'으로서 연예인들이 겪는 고뇌나 노력 등은 거의 듣기 어렵다.
◆ 너도나도 '사랑 타령'
7일 방송된 SBS '야심만만2'에는 그룹 쿨의 이재훈과 유리가 출연, 과거 두 사람의 열애설을 해명했다. 이재훈은 이 자리에서 "나는 지금도 유리와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는 백지영도 출연해 '연하킬러'라는 소문에 대해 해명했다.
MBC 토크 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9일 출연한 MC몽도 연인인 주아민과의 첫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연애담을 펼쳤다. 이날 MC몽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신정환이 미용실에서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을 봤다며 신정환의 열애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함께 출연한 은지원도 2살 연상인 첫사랑을 최근 다시 만났다는 사실을 재차 공개했다.
KBS '해피투게더-시즌3'도 마찬가지다. 10일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길은 최근 박정아와 열애 중인 데 대해 "박정아를 사로잡은 비결은 지극 정성"이라며 "박정아가 건 전화를 받으려고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연애담을 소개했다.
◆ 종종 부작용과 오해 양산…공개사과도
연예인들이 토크쇼에서 자신들의 연애담을 공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진행자가 집요하게 묻기 때문이다.
쿨의 이재훈과 유리가 '야심만만2'에서 열애설을 해명한 것과 같이 토크쇼의 연애담 공개에 '해명' 형식이 많은 것은 그 때문이다.
또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MC몽이 거꾸로 진행자인 신정환의 열애설을 제기한 것도, 그가 MC몽의 연애 이야기를 캐물은 데 대한 대응이었다.
물론, 배경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시청률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자극적인 연애담이 오해를 낳는 등 이로 말미암은 부작용도 종종 발생한다.
김세아는 지난 2월 KBS '샴페인'에서 MC들의 집요한 공세를 받고 "뮤직 비디오에 함께 출연했던 K씨가 자신을 좋아했다"며 K씨의 출연 드라마까지 공개, K씨를 발끈하게 했다. 당시 사태가 커지자 제작진은 부랴부랴 '김세아 씨가 문제의 발언에 대해 편집을 부탁했는데 제작진의 경솔함으로 김세아 씨가 오해를 받게 됐다'는 요지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 "당장 주목만 받으려다 긴 생명력 잃기 십상"
이렇게 토크쇼가 연애담에만 몰두하다 보니 프로페셔널 한 연예인으로서의 이야기는 듣기 어렵게 된다. 연기자의 연기 이야기나 가수의 노래 이야기를 아주 들을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연애담에 묻히고 만다.
대중문화 평론가 탁현민 씨는 "대중예술인이라고 할 수 있는 연예인들의 예술활동에 초점을 맞춘 방송 프로그램이 거의 없고, 신변잡기 프로그램 위주로 편성되는 것은 기형적"이라고 지적하며 "애초부터 신변잡기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는 연예인은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신변잡기나 연애담이 대세라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프로그램에서 개인이 책임질 수 없는 내용을 말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며 "당장의 주목만을 받으려는 프로그램이나 거기에 참여하는 연예인들이 긴 안목에서 보면 생명력을 잃기 십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시청자들도 방송이 지나치게 연예인들의 사생활만 다루는 데 대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KBS '샴페인' 게시판에서 '오현주'라는 이름의 시청자는 "짝짓기 연애프로그램도 아닌데 시간 때우기 식 방송을 하는 것 같다"며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에 대해 알아갈 시간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tombo23'이라는 ID로 글을 올린 누리꾼은 "짜낼 아이템이 없으면 이처럼 연애담을 다루는 방송이 나오는 것 같다"며 "사랑이라는 것을 너무 쉽게 다룬다는 점도 좋지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