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배' 김제 AI 매몰지 지하수 오염 심각

일반세균 기준치 초과 검출 …침출수 유출 추정…2차 환경오염 우려

조류독감(AI)으로 살처분된 닭·오리 등을 매장한 도내 매립지 주변의 지하수 오염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립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됐기 때문으로 추정되며, 2차 환경오염이 크게 우려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환경부는 15일 지난해 6월부터 환경관리공단에 의뢰해 전국 AI 매몰지 1000개소 가운데 15개소(도내 9개소)를 표본으로 선정해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한 결과, 8개소에서 침출수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거나 유출이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도내에서는 김제 황산면 진흥리와 남산리, 정읍 고부면 관청리 등 3개소가 포함됐으며, 이들 지역은 수질 오염도가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매몰지 내 1개 지점과 주변 경계 4개 지점의 깊이 4~8m에서 시료를 채취, 19개 항목에 걸쳐 측정됐다.

 

조사대상 15개소의 BOD 평균치는 563ppm에 불과했으나, 정읍지역은 4767ppm으로 오염도가 가장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나머지 2개소도 각 1083ppm과 980ppm으로 평균치를 훨씬 웃돌았다. 일반 하수도 물의 BOD가 150ppm이고, 쓰레기 매립장의 침출수가 400∼800ppm인 점을 감안하면 도내 지역의 오염도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엿볼 수 있다.

 

COD도 정읍지역이 9947ppm으로 가장 높았으며, 김제지역도 각 2380ppm 2227ppm에 달했다. 전국 평균은 1187ppm이었다.

 

일반세균의 경우 김제지역에서는 기준치의 1926배인 19만2667CFU(세균 측정 단위)가 검출됐다. 또 다른 김제지역에서는 6만2667CFU가, 정읍에서는 8633CFU가 검출됐다.

 

다행히 AI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으며, 이들 지역에서는 지하수를 음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정책실장은 "이미 예견됐던 일로서 가축을 매몰할 때 오염 확산에 대한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음이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오염 정도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게 나타난 만큼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다음달까지 8개 매몰지에 대해 별도의 관정을 설치, 지하수 오염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정밀조사 등을 거쳐 침출수의 AI 바이러스 감염여부를 밝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도내 조류독감 살처분 매립지는 지난 2006년의 41개소와 지난해의 197개소를 포함해 총 238개소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