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예의 세계화와 대중화.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선 문자예술의 아름다움이'제7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위원장 최승범)'를 통해 재조명된다.
신종 플루 확산을 대비해 19일부터 10월18일까지 30일간 4개 분야 27개로 예정됐던 행사는 19일부터 30일까지 12일간 3개 부분 18개 행사로 축소됐지만 서예의 진수는 올해 축제에서 고스란히 살아난다.
올해 주제는 '소통'. 서예문화의 전통을 지켜온 아시아 3국의 흐름과 역사를 살피는 기획전을 통해 폭넓은 교감을 나누며 서예의 예술적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굴, 오늘의 생활과 감각에 맞도록 아름다운 변용을 추구한다.
국외 석학들의 연구물이 집결되는 국제 학술대회 '동아서예 유파의 형성과 서방서예의 맹아에 대한 이해'와'서예와 한지'를 주제로 한 국내 포럼은 아쉽게 내년초로 연기됐고, 서예를 중심에 둔 음악과 무용이 어우러지는 퍼포먼스로 주목을 모은 '필가묵무(筆家墨舞·붓이 노래하니 먹이 춤춘다)'도 미뤄둔 상태.
그러나 참여작가는 15개국 1400여명에 이른다. 한·중·일 3국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본 전시 외에도 응용 서예전과 부대행사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과 전북예술회관, 국립전주박물관, 강암서예관 등 전주의 전시공간을 가득 메운다.
개막식도 간소화해 19일 오후 2시에는 그랑프리 시상식만 간소하게 열린다.
▲ 새로운 사조를 꿈꾸다
'동아시아 서예의 유파전'은 아시아 3국의 서예 동향을 살필 수 있는 전시회. 한국(56명)과 중국(20명), 일본(25명)의 계파를 정리했다. 서양의 추상화 경향을 이어받은 일본 계파, 전통서법 대신 조형성을 강조한 중국 계파와의 조우는 계파를 넘어 유파로 나아가기 위한 도약. 세대·연령·지역별 다양한 작가층을 통해 전통의 재창조를 위한 현대 서예의 실험정신을 만날 수 있다.
▲ 장르의 경계를 넘는다
'한국가곡 & 한글서예'는 서예의 대중화를 위한 시도. 전시의 즐거움을 더해줄 피아노와 현악 4중주단의 즉석 연주, 해설을 덧붙인 '시와 서예, 해설을 곁들인 가곡 음악회'는 취소됐지만, 가곡의 아름다운 노랫말을 단아한 한글 서예 작품으로 풀어 대중들의 감성에 다가간다.
대만의 장병황 교수가 개발한 '신래e필'은 임서에서 창작, 전각까지 체험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 컴퓨터로 서예를 즐기는 색다른 체험이 기대된다.
▲ 생활속으로 들여놓는 서예
서예의 문화상품화는 대중화를 위한 또다른 씨줄과 날줄이다. 서예의 필획을 정밀하게 새긴 아름다운 한지등 40여개가 전시되는 '서예, 불을 밝히다 - 서예와 한지등'이 대표적. 90~240㎝에 이르는 높이에 마음의 등불로 삼고 싶을 만한 명구절이 새겨진 한지등은 관객들에게는 큰 선물이 될 듯.
한국소리문화의전당 2층 복도에 500여권의 표지를 전시한 '책 표지 문자 디자인전'도 주목을 모은다. 과거엔 책의 제호를 서예작품으로 쓰는 것이 일상화됐지만, 최근 손글씨가 유행하면서 서예가 아닌 서예가가 쓴 책표지가 늘어나는 추세. 광복 이후 출간된 책표지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예작품에 나무와 돌, 대나무를 새긴 '도법 서예전'도 서예의 생활용품화를 위한 코너. 전시실 1층과 3층에는 전각으로 꾸민 설치예술작품이 전시된다.
▲ 참여하고 즐기는 비엔날레
전북예술회관에서는 묵향의 본향인 전북의 서예 발전을 구심점을 찾는 '전북서예의 새로운 모색전'을 비롯해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기념공모전이 10년간 배출한 '초대작가전', '기념공모전 수상작품전', '2007 대상 작가전'이 열린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석전 황욱 선생 특별전'을, 전주 강암서예관은 '강암 송성용 선생 특별전'을 연다.
백제로와 백제교 인근에 마련된 깃발서예전을 통해 깃발 서예의 장관을 구경할 수 있다. 29일 오후 1시부터 KBS 'TV쇼 진품명품' 출장감정도 서예비엔날레를 찾는다. 고미술품을 누구나 무료로 개별감정할 수 있다. 방송은 10월18일 방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