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축제] "서예의 세계화 전북의 위상 보여주고 싶다"

김병기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총감독…정성들여 준비한 프로그램 축소·연기 아쉬워

"야심차게 준비했던 것들을 취소하려니, 속이 쓰리죠. 발표하기 전날까지 고민했습니다. 한국 서예의 세계화, 그 선봉에 전북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김병기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총감독(54·전북대 중문과 교수)은 신종 플루 영향으로 서예비엔날레를 축소시켜 열기로 결정했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한듯 했다. 총감독을 맡은 지난 1년간 서예비엔날레만을 위해 모든 시간과 노력을 바쳐 '올인'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서예비엔날레는 아무래도 전시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다양한 볼거리를 원하는 관람객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다층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세계 석학들과 열심히 준비했던 국제 학술대회와 국내 학자들과 함께 하는 포럼, 서예와 음악, 무용이 어우러진 퍼포먼스 '필가묵무'는 그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마련됐죠. 너무 아까워서 내년초로 간신히 미뤄뒀습니다."

 

그는 한국서예의 대중화, 세계화를 위해 서예비엔날레가 갖는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평가했다.

 

"공산주의 정부와 문화혁명 영향으로 뒤쳐진 중국 서예, 추상미술화된 일본 서예와 비교할 때 한국 서예는 전통서법에 충실하면서 필획이 힘이 있습니다. 서예비엔날레가 소장한 작품의 수나 품격, 행사 규모면에서도 여타 국제서예비엔날레보다 우위예요. 이때 전북이 서예의 종주국으로 치고 나가자는겁니다."

 

순수서예를 원심력으로, 응용서예를 구심력으로 보는 그는 양자의 발전을 추구하되 구심력을 먼저 키우고 구심력에 비례해 원심력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서단의 거목이었던 창암 이삼만, 석전 황욱, 강암 송성용 선생이 타계하면서, 전북서단이 스승들의 후광효과에 힘입어 스스로의 발전은 게을리했던 점은 반성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바람은 한국 서예의 세계화를 위해 작품들을 엄선해 해외 순회전을 갖는 것. 소더비 경매시장을 통해 수준높은 작품을 국제무대에 내놓는 작업도 구상중이다.

 

"서예는 단순히 글자를 쓰는 행위가 아닙니다. 일회성 획을 긋는다는 점에서 미술이고, 선율의 흐름을 감동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음악이자 무용입니다. 한자문화권 최고의 예술인 서예의 세계화에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앞장서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