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있는 주말] ①좋은 남자 만나서 시집가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저 시집가요!"

 

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질문이 쏟아졌다.

 

"정말?" "누구랑?" "신랑될 사람이 누군데?"

 

'누구랑? 이름? 나이? 직업? 아니 내가 누구라고 하면 아나?'

 

짧은 시간, 머리 속으로 꽤 많은 생각들이 오간다.

 

그래서 어떤 날에는 "남자요"라는 싱거운 대답을, 또 어떤 날에는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요"라는 닭살 돋는 대답을 했다. 그런데, 질문한 사람들의 표정이 영 좋지 않다. 어라, 이게 아닌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똑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받고난 후에야 나는 "누구랑?"이 곧 남자의 직업을 묻는 질문이란 걸 깨닫게 됐다. 나름 골랐다면 고른 신랑. 자랑할 게 얼마나 많은데 직업부터 물어보다니, 쩝….

 

그러다 문득 궁금해 졌다. 신랑이 될 내 남자친구는 "장가간다"는 말에 어떤 질문부터 받을까? 내 남자친구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그래 신부는 몇 살이야?"였다.

 

몇 살? 내 나이 서른.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커리어 우먼'으로서는 절대 많은 나이가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해 왔는데, 왠지 모를 씁쓸함에 또다시 입맛을 다셨다. 역시 탱탱한 피부와 건강한 2세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는 객관적 수치라고 할 수 있는 나이가 여자의 경쟁력이란 말인가? 그러나 직업으로 얼굴도 모르는 남의 신랑의 첫인상을 판가름하는 세상에 남자들 역시 같은 심정일 것이다.

 

사실 신부 직업으로 신문기자는 별로 인기가 없는 듯 하다. 요즘 배우자 직업으로 최고 인기라는 공무원이나 교사의 삶과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차라리 방송기자였다면 TV에 얼굴이라도 비추면서 시부모님의 자랑거리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다 쓸 데 없는 짓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기자가 결혼을 잘 하지 않는다고 오해한다. 덕분에 결혼하냐는 인사 뒤에는 신문사를 그만 두냐는 질문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열심히 기자 생활을 하는 '아줌마 기자'가 생각보다 많다.

 

물론 결혼과 함께 신혼여행을 떠나는 나 대신 한동안 혼자서 문화면을 채워야 하는 결혼 안한 후배 기자에게는 살짝 미안하지만, 어찌됐든 난 바리톤 김동규가 부른 가곡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시집을 간다.

 

30년을 엄마가 해주는 밥먹고 살아온 내가, 아침에 눈 떠 겨우 세수하고 화장하고 출근하기도 바쁜 내가, 한 살림의 안주인이 된다고 생각하니 내가 생각해도 참 걱정스럽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지지 않을까라는 속 편한 소리를 해보지만, 밥숟가락 고르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결혼을 준비하다 보면 '탁'하고 막힐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결혼 선배인 친정 엄마와 먼저 시집 간 친구들의 한마디가 큰 도움이 된다.

 

가을이 되니 여기저기 결혼 소식이 들려온다. '대책없는 신부의 결혼 준비기'는 결혼을 앞두고 오늘도 크고 작은 일로 말싸움을 하고 있을 예비 신랑신부와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아직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예비 신부의 서툰 이야기들이 십년된 마누라가 지겨워 지거나 잠 자는 남편이 불쌍해 보이는 오래된 부부들에게 젊은 날 설레이던 신혼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한다면 더 행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