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속에서 하나된 한국·중국·일본이 새로운 사조를 꿈꾸고 있다.
19일 오후 2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에서 개막한 '제7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위원장 최승범)'의 화두는'소통'.
특히 '동아시아 서예의 유파전'은 아시아 3국의 서예 동향을 살필 수 있는 전시로 한국(56명)과 중국(20명), 일본(25명) 계파를 정리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모았다. 전통 서법에 충실한 한국과 추상성이 강한 일본, 호방한 필획이 두드러지는 중국 서단의 흐름과 역사를 한눈에 아우르는 기획전.
김병기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총감독은 "'동아시아 서예의 유파전'은 스승 중심의 구태의연한 계파에 갇혀 있기 보다 작품 성향에 중심을 둔 유파로 나아가기 위한 취지”라며 "새로운 사조로 세계 서단을 이끌어가자는 야심한 계획이 담겼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계파끼리 소통을 거부해 함께 전시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서예의 유파전'은 화제가 되고 있다. '앵포르멜(격정적이고 주관적인 호소력을 갖는 표현주의적 추상예술)' 영향을 받아들여 추상성이 강한 서예가 전통 서법에 충실한 작품과 함께 일본 서단에 자리잡은 상태.
서예비엔날레에 취재온 마사토시 키리야마 마이니치신문 학예부 기자는 "일본 서단도 소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문제의식은 갖고 있지만, 해결할 방안이 없는 상태”라며 "젊은 작가 중심으로 계파끼리 소통하기 위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서예비엔날레의 시도가 의미있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행·초서 쪽이 상대적으로 많은 중국 서단은 자유분방하고, 호방한 필획이 많다. 공산주의 영향으로 주춤, 80년대 이후부터 서단이 형성돼 계보의 근간이 약하다는 평가.
이용 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총감독은 "'동아시아 서예의 유파전'은 아시아 삼국의 계파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작업”이라며 "계파 문제는 예정됐던 대로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공론화과정을 거쳐 건설적으로 검토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