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역사성은 견훤이 서기 900년 전주에 도읍을 정하고 후백제를 창건한 것과 1392년 이성계가 세운 조선 500년의 탯자리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결국 전주의 정체성은 후백제와 조선이라는 두 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후백제의 유산은 동고산성 등 극히 일부에 그친다. 지금 남아 있는 대부분은 시대적으로 가까운 조선의 것들이다. 풍남문을 비롯 경기전 객사 오목대 조경단 등이 대표적이다. 전주는 이같은 유산과 함께 한옥 한지 한복 한식 등 한국 고유의 전통을 가장 많이 간직한 곳이다.
이를 활용코자 하는 것이 전통문화중심도시라는 컨셉이다. 전통문화를 보존하면서도 현대화하고 산업화 해 전주의 중요한 자산으로 키우고자 하는 시도다.
이같은 맥락에서 전라감영 복원과 구도심내 4대문 복원사업은 큰 의미를 지닌다. 역사성과 함께 문화관광 자원화, 시민의 지긍심 고양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중 4대문 복원사업은 조선 왕조의 역사적 사실을 입증하는 상징공간으로서 필요한 사업이다. 전통문화의 가치와 녹지가 살아 숨쉬는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사업은 내년부터 2020년까지 1800억 원을 들여 4대문 가운데 1907년부터 일제에 의해 철거된 동·서·북문과 부성길 3.3㎞를 복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복원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와중에 4대문 내에 대규모 건축물을 짓겠다는 신청이 잇달고 있다. 이 일대 대부분이 건축물 층수를 제한받지 않는 상업지역이어서 고층건물 신축이 가능해서다. 현재 들어 와 있는 것만해도 7-1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축물과 관광호텔 등 4-5건이다.
이들이 들어설 경우 조망권과 도시 미관을 훼손시킴은 물론 전통문화도시로서의 고전적인 멋을 잃게 됨은 뻔하다. 하지만 이를 규제할 방법은 풍남문 등 문화재에서 500m이내 개발사업에 대한 층수 제한 뿐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도청 이전 등으로 도심 공동화 현상을 빚고 있는 이 지역에 상권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측면도 없지 않다. 결국 이를 어떤 수준까지 허용할 것인가 하는 게 핵심이다.
따라서 현재 필요한 것은 4대문 복원사업을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이다. 한시바삐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