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락이 잔잔히 울려퍼지는 한 연습실. 할머니들이 강사의 지도에 따라 동작 하나 하나를 따라 하느라 여념이 없다.
구순례씨(80·전주시 평화동)는 3년 전 남편을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뒤 날마다 눈물을 흘리고, 때론 택시를 타고 묘소를 찾아가는 등 우울증이 심해 간병인이 뒤따라 다니는 중이었다.
구씨는 어느 날 시누이를 따라 춤학원(호남 국악원, 우리춤 체조)에 갔다가 어르신들이 열심히 춤 연습하는 것을 보고 춤을 배우게 됐다. 이 학원장 김윤정씨(전주대 평생교육원 교수)는 우울증이 심한 어르신을 보고 처음엔 선뜻 받아줄 수가 없어 고심하며 망설이기도 했다고 한다.
김기화(85)·김기덕(78)·김기조씨(74) 등 시누이 세 명과 함께 구씨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원에 다니며 치매 전문 무용인 살풀이와 손뼉 치기 연습을 하며 심적 안정을 찾아갔다. 차츰 표정이 밝아지고 건강도 좋아져 갔다. 춤에 재미를 붙인 구씨는 "춤을 안 추면 병이 재발하는 것 같아요. 춤이 없으면 살아가는 의미가 없지요"라며 이제는 춤으로 인해 건강을 되찾고 병원 갈 일도 없어졌다고 한다.
시누이 김씨도 "춤이 약이고 병원이라니까요"라며 "올케 건강한 모습을 보니까 한시름 놓인다"고 덧붙였다.
"혼자된 할머니들은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많은데 춤을 배우면 즐거움 때문에 아플 겨를이 없어요. 조금 더 일찍 춤을 알았다면 우울증을 앓지 않았을 텐데."
구씨는 늦은 나이에 춤을 맛들인 게 사뭇 아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구씨는 젊은 사람도 힘들어 한다는 살풀이를 6개월 만에 터득했고 한국 춤 지도사 자격증까지 땄다.
김윤정 원장은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리듬으로 엔도르핀이 생기고 박자 맞추기는 뇌세포 호흡에 도움이 돼 어르신들의 건강과 치매예방에 좋다"고 설명했다.
/서영복 기자(금암노인복지관 실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