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명성황후와 자객 무명 '조선왕조 마지막 멜로?'…이룰 수 없기에 더 애절한 사랑

다음 주면 찾아올 추석을 타깃으로 새 영화들이 극장가에 쏟아졌다.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던 '애자' '해운대' 등에 출사표를 던진 영화는 약 7편. 그 중에서도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페임'과 개봉 전 공개된 배우 김명민의 사진으로 화제가 된 '내 사랑 내 곁에'가 눈에 띈다. 무엇보다 이번 주 극장가를 재미있게 지켜보는 것은 한국 영화의 강세. 얼마 전부터 이어온 한국 영화의 저력이 이번 주에도 이어질까 하는 기대 심리다. 이번 주 여러 영화들 중에 선택된 작품은 '불꽃처럼 나비처럼'이다. 불꽃처럼 타지도 못하고 나비처럼 날지도 못한 여인과 그녀의 사랑 얘기는 찬바람 불기 시작한 이 가을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 불꽃처럼 나비처럼 (드라마, 멜로/ 124분/ 15세 관람가)

 

실제 있었던 일이 영화의 배경이 될 때, 특히 역사적인 내용이 영화나 드라마의 바탕이 될 때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그 '사실'에 쏠리게 된다. 역사적으로 그렇지 않았다거나 역사를 왜곡하거나 폄하했다든가 혹은 미화 시켰다는 등 극의 내용보다 실제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는 것.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또한 조선왕조에 대한 이야기로 개봉과 동시에 역사적인 문제를 따지는 관객이 많이 보였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 전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그냥 영화라는 것. 역사적 배경을 조금 차용했을 뿐 100% 사실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는 교과서가 아닌 오락이니까.

 

고종(김영민)이 왕위에 오른 19세기 말 조선. 고종의 아버지 대원군(천호진)은 강한 쇄국정책을 펼쳐 나라의 문을 걸어 잠근다. 개혁과 보수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대원군은 왕권강화를 위해 왕후 간택을 서두르게 되고 왕후가 될 여인으로 자영(수애)이 선택된다. 한편, 비밀스럽게 살아가던 자객 무명(조승우)은 자신과 전혀 다른 모습의 여성을 만나고 사랑을 느끼지만 그녀는 곧 왕후가 될 여인 자영. 그녀를 가질 수 없다면 자영을 죽음으로부터 지키겠다고 다짐한 무영은 입궁 시험에 통과해 그녀의 호위무사가 된다. 무미건조한 궁궐과 시아버지와 정치적 견해 차이로 힘든 자영이지만 무명이 자신을 지켜준다는 사실에 따뜻함을 느끼는데, 일본의 외압이 강해지며 자영에게도 먹구름이 몰려온다.

 

앞에서도 얘기 했듯 이 영화는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이야기를 차용해 만든 작품이다. 쇄국정책이나 정치 상황 등도 우리가 알고 있던 조선의 시대상과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역사이야기를 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어떤 남녀의 사랑 얘기를 하기 위해 역사를 끌어들였을 뿐이다. 나쁜 역사 상황은 '사랑'을 돋보이게 하는 최고의 장치랄까. 그래서 영화의 문제점을 평하고 싶다면 '왜곡된 역사 배경'이 아니라 '지지부진하고 설득력 떨어지는 주인공 캐릭터'라든가 '진부해진 사극 로맨스'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연기력 하면 떨어지지 않는 조승우와 수애지만 다른 때보다 좀 못한 연기를 선보이는데 이것은 연기력 문제가 아닌 캐릭터의 문제점으로 보인다. 스토리가 좀 허전하다 싶어도 미술세트와 의상 같은 화려한 볼거리가 눈을 호사스럽게 해주니 이해해줘도 될 듯싶다. 특히 자영의 의상은 한복부터 드레스까지 다양하고 아름다워 여자라면 눈독 들일만한 것들. 남자 관객이라면 액션신에 관심을 보일 것이다. 영화 초반의 진검 대결 같은 무협액션들이 긴장감을 북돋는다. 아쉽게도 너무 욕심부린 CG는 완성한 그림에 물을 쏟은 느낌이다. 만화영화나 판타지 영화에서나 볼 듯한 과도한 CG가 이 역사 멜로물에 진짜 허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