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대형 뮤지컬 무대에 되살아나는 역사

'남한산성', '영웅', '명성황후' 잇달아

그 어느 해보다 대작 뮤지컬로 풍성했던 여름이 지나고 찾아온 가을, 대형 역사뮤지컬이 연이어 무대에 오른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남한산성', 안중근의 삶을 그린 '영웅'이 내달 나란히 첫선을 보이고 11월에는 '명성황후'가 관객을 만난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기보다는 역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려 이 시대 관객과 호흡하는 데 초점을 맞춘 대작들이다.

 

내달 14일부터 11월4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되는 '남한산성'은 김훈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1636년 겨울 병자호란 때 청의 대군을 피해 인조가 신하들과 남한산성에서 47일간 머물며 겪은 일들을 그린 소설을 성남아트센터가 3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무대에 올린다.

 

24일 서울 중구 필동 한국의집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조광화 연출은 "패전의 역사를 외면하고 묻어둘 것이 아니라 그 혹독한 고난과 수치를 견뎌낸 사람들의 숭고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며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젊은 캐릭터 오달제를 내세워 현대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주인공 오달제 역에는 이필모와 김수용이 더블캐스팅됐으며 이정열, 배해선, 임강희, 서범석, 성기윤 등 뮤지컬 배우들과 슈퍼주니어 멤버인 예성이 출연한다.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맞아 제작한 뮤지컬 '영웅'은 거사일인 10월26일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명성황후'를 만든 에이콤인터내셔날이 약 35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선보이는 신작으로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를 그린다.

 

주인공 안 의사 역은 류정한과 정성화가, 이토 히로부미는 이희정과 조승룡이 연기한다.

 

두 작품 모두 민족의 수난의 역사를 다루지만 일방적이고 감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으려 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남한산성'의 원작자인 김훈은 제작진에 주화파와 주전파의 대립을 적대적이거나 어느 한 쪽이 우월한 관계가 아닌 불가피한 비극의 양면성으로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청나라와 조선의 관계 역시 선과 악이 아니라 각자 처지에서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그릴 것을 당부했다.

 

소재의 특성상 지나치게 교훈적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대중성에도 신경을 썼다.

 

'영웅'의 윤호진 연출은 "일본 관객이 보더라도 안 의사와 일본의 영웅인 이토 모두에게 연민이 들도록 그렸다"며 "지루하고 비극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상당히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역동적인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대형 창작뮤지컬의 대표작인 '명성황후'도 11월28일부터 12월2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1995년 명성황후 시해 100돌을 맞아 초연돼 지금까지 120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1천 회 공연을 앞둔 대작이다.

 

이번 무대는 1997년부터 이 작품에 출연한 배우 이태원과 새롭게 합류한 조안나가 명성황후 역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