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100주년인 내달 26일 대형 뮤지컬 '영웅'도 LG아트센터에서 첫선을 보인다.
명성황후와 안중근, 역사 속의 두 인물을 무대 위에 부활시킨 주인공은 에이콤인터내셔날의 윤호진 대표이다. 야심 차게 내놓는 신작 '영웅'과 창작뮤지컬의 대표작 '명성황후'의 연이은 공연을 앞두고 그를 만났다.
윤 대표는 "'명성황후'도 100주기에 맞춰 공연했듯이 작품은 태어나는 순간의 타이밍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영웅'도 가장 강도가 센 시점인 100주년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며 "왜 우리에게 나라가 필요한지, 후손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질문하는 계기가 될 작품"이라고 말했다.
역사 속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데 대해서는 "우리 이야기를 해야 외국에서도 빛이 난다"며 "우리가 먼저 감동했을 때 세계 시장에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웅'에는 '명성황후'와 연결되는 고리가 있다. 안중근은 법정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15가지 이유 중 첫 번째로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라고 밝힌다. 명성황후가 가장 총애했던 마지막 궁녀로 설희라는 가상의 인물도 설정했다.
'영웅'은 35억원을 들여 3년여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됐다. '명성황후'는 1995년 당시로는 막대한 수준인 12억원을 투입했다.
"제작비가 많이 들었지만 그만큼 볼거리와 감동이 있습니다. '영웅'은 마지막 세 장면에서 관객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아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명성황후'의 경험이 큰 힘이 됐지만 동시에 '명성황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고 한다.
"15년 전 '명성황후'는 아무것도 없이 의욕만으로 만들었는데 이제는 진일보된 작품을 만들어야죠. '명성황후'가 아날로그라면 '영웅'은 디지로그라고 할까요. 브로드웨이에서도 못 본 장면을 보여 드립니다."
하얼빈역에 기차를 타고 도착한 이토 히로부미를 안중근 의사가 저격하는 장면이 윤 대표가 꼽는 '영웅'의 하이라이트다. 100년 전 이야기이지만 기차가 공중으로 뜨는 등 스펙터클한 무대로 만들어 요즘 관객의 감각에 맞췄다.
'영웅'에서 안중근은 류정한과 정성화가 번갈아 연기한다. 서로 다른 성격의 배우들이다.
윤 대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역할이어서 두 사람이 매일 교대로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며 "큰 테두리는 같지만, 류정한은 냉철한 카리스마를, 정성화는 인간적인 고뇌를 잘 드러낸다"고 말했다.
"사실 '명성황후'를 만들고 워낙 힘들어서 안중근을 다룬 작품을 만들기까지 고민도 많았어요. 하지만, 아기를 낳을 때 다시는 안 낳겠다면서도 아이의 웃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달라지듯이 관객의 환호를 보면 다시 힘이 나죠."
'영웅'이 '명성황후'에 이은 또 다른 한국 뮤지컬의 전설이 될 것으로 윤 대표는 기대한다. 두 작품이 전용극장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공연으로 외국인들을 맞는 게 또 하나의 바람이다.
그는 "'명성황후'가 아직도 사랑받는 것은 작품의 힘 때문"이라며 "감동의 깊이가 컸기에 파장이 길었고 '영웅'도 그 뒤를 이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명성황후'는 내달 8일 일본 구마모토현의 구마모토 가쿠엔 대학에서 특별공연을 한다. 명성황후 시해자 대부분의 출신 지역인 이곳에서 열리는, '명성황후'의 첫 일본 공연이다.
윤 대표는 "진정한 이해와 화해를 위해 민간교류 차원에서 이뤄지는 공연"이라며 "조심스럽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서로 응어리가 풀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