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현의 명창이야기] ③득음- 음악적 역량 완성상태

역경 딛고 좋은 소리 얻어야 "명창" 소리

신재효가 말한 광대의 구비 요건 네 가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득음(得音)이다. 득음은 소리를 얻는다는 말이다. 판소리에서는 일상적인 목소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어서 특별한 목소리, 곧 판소리에 가장 적합한 목소리를 얻어야만 한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그러면 어째서 득음이 중요한가? 신재효가 제시한 광대의 구비 요건 네 가지 중에서 우선 인물은 타고나는 것이어서 후천적으로는 어쩔 수가 없다. 곧 노력으로 극복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설도 소리꾼이 전적으로 책임질 일은 아니다. 사설은 창자 말고 다른 사람이 만들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소리꾼이 사설까지 창작할 능력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은 거의 없다. "문장 나고, 명창 난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 또한 사설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기는 하지만, 사설과 음악을 맡은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말이다. 마지막으로 들고 있는 너름새도 판소리에서 꼭 필요한 요소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판소리사에는 너름새를 잘 못했던 명창도 많이 있다. 그러나 득음을 하지 못한 명창은 없다. 판소리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득음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어느 정도 달성이 가능한 영역이다. 그래서 판소리 창자에게는 득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판소리에서 필요한 목소리는 일단은 목 쉰 소리이다. 그런데 목 쉰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성대를 무리하게 사용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판소리는 장시간 노래를 불러야만 하는 예술이다. 오래 큰 소리로 노래를 하다 보면 목이 쉰다. 그런데 목 쉰 상태로 계속해서 노래를 하다보면 목이 쉰 상태가 그대로 굳어버린다. 그렇게 되면 장시간 노래를 불러도 목소리가 안 나오든가 하는 일은 없다. 초기의 소리꾼들은 아마도 이러한 점을 경험하고 처음부터 목 쉰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을 것이다.

 

그런데 목이 쉬기만 하면 되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쉰 목소리이면서도 그 속에 맑은 기운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또 슬픈 느낌이 나야 한다. 이런 목소리를 판소리에서는 최고로 친다. 그런데 이런 목소리를 만드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성대를 무리하게 사용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오래 수련을 하다 보면 좋은 목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소리꾼들은 이 훈련에 전력을 다한다. 소리꾼들이 좋은 목소리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이른바 백일공부라고 하는 것이다. 백일공부란 백일 정도를 작정하고 깊은 산속이나 절에 들어가 밤낮으로 계속 판소리를 부르는 훈련을 하는 것을 말한다. 대체로 100일을 채우기 위해 소리꾼들은 단오에 들어갔다가 추석에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 절이나 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일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렇게 해야 일상적인 일에서 벗어나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판소리는 큰 소리로 해야 하기 때문에 동네에서 수련을 하다 보면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수련 과정에서 소리꾼의 목은 쉬었다가 풀리기를 반복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는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는 상태에 이르기도 하고, 온몸이 부어 꼼짝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때로는 목에서 피가 넘어오기도 한다. 물론 옛날이야기에 있듯이 피를 한 동이나 쏟을 수는 없겠지만 성대가 부었다가 터지면 피도 넘어올 수 있다. 소리가 안 나온다든가, 몸이 부어 꼼짝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똥물을 먹기도 한다고 한다. 이렇듯 소리꾼이 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거의가 다 이 득음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다. 이런 역경을 극복하고 마침내 좋은 목소리를 얻으면 이제 명창이 될 수 있다.

 

백일공부는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 번으로 좋은 목소리를 얻을 수 있다면 명창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물론 백일공부를 몇 번 하지 않고도 명창이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끝내 득음을 못할 수도 있다. 또 소리를 하다가 목이 나빠지면 좋은 목을 회복하기 위해 백일공부를 또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잘못하면 아예 성대를 상해서 판소리를 부르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상태를 "목이 부러졌다"고 한다. 그러면 소리를 포기하고 고수로 나서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좋은 목소리만 얻으면 명창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목소리가 좋다고 누구나 노래를 잘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서는 그 외에도 다른 능력이 많이 필요하다. 판소리에서 사용하는 여러 가지 기교도 자유자재로 구사해야 하고, 감정 표현도 잘해야 한다. 너름새도 잘하면 더욱 좋다. 이런 모든 것을 다 완성한 상태, 그것이 바로 득음의 상태이다. 득음을 하면 명창이 될 수 있는 것도, 득음이 단지 좋은 목소리만 얻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고, 판소리를 잘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다 얻은 상태를 이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어렵다. 소리꾼들이 득음에 집중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동현(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