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원로가 없다고 개탄한다. 원로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한가지 일에 오래 종사하여 경험과 공로가 많은 사람이나 나이나 벼슬 그리고 덕망이 높은 벼슬아치를 가르키는 말이다. 황성신문에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란 사설을 쓴 張志淵 주필 같은 기개 넘치는 선비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고비때마다 김수환추기경과 같은 분들이 원로로서 큰 역할을 해왔다.
원로는 아무나 될 수 없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와 존경 받는 사람이라야 한다. 사리 사욕 보다는 공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온 사람이 원로로 추앙 받을 수 있다. 장관 인사 청문회 때마다 부적격 논란을 빚어온 그런 사람 말고 도덕적으로 큰 흠결이 없는 분을 말한다. 원로의 말 한마디나 행동은 그래서 일반인에게 감화를 줄 뿐더러 큰 영향을 끼친다.인격 자체가 행동하는 양심이기 때문이다.
군부독재가 판치던 80년대 이후 도내에서도 권력에 빌붙어 양심을 팔아 먹은 주구들이 많았다. 5적(敵)이니 신 5적이니 하는 말을 듣던 사람들이 아직도 건재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마치 본인들은 원로라고 착각할 수 있다. 지역 사회를 위해 헌신했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것은 자기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그건 네 생각이라'고 말하는 개그 프로의 대사와 같다. 나이 먹어서까지 무작정 사회 활동 한다고 원로가 아니다.
전주 완주 통합을 놓고 지역이 시끌벅쩍하다. 완주에서 독립운동 하는 것처럼 찬성 서명 받기가 어려웠지만 어제 통합건의서를 제출했다. 찬 반 양측이 서로의 주장만 앞세워 갈등의 골이 패였지만 지금부터가 본 게임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칫 부안 방폐장 사태와 같은 엉뚱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 한다. 그러나 전주에서 한나라당까지도 통합을 촉구하고 나서 힘이 되고 있다.
지금은 지역의 명망가들이 모두 나서야 한다. 앉아서 바라만 보고 있으면 죄악이다. 지사나 교육감 등 고위 공직을 지낸 분들이 솔선해야 한다. 이보다 지역에 큰 일이 없다. 자신들이 원로라고 생각하고 대접 받기를 원한다면 찬 반 양측을 모아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지난해 출범한 도 갈등조정협의회는 전주 완주 통합 문제가 갈등 문제가 아니라서 꿀먹은 벙어리가 됐는지 묻고 싶다.
/백성일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