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와 시·군의원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여론이 팽배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시·군의원들의 비리가 들춰지고 수뢰와 배임 직무유기 폭행 등의 사건으로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현실에서 그들을 보는 시민들의 눈길이 꼽지만은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군의회의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과연 여론대로 시군의회 제도가 없어져야 하는가?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한 두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무용론은 시민들이 제기 한다는 것보다 시의원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지나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군의원들에게 연봉(월급)을 주기 때문에 너나 나나 할것없이 뛰어드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시의원이 직업이란 말인가? 미국의 경우 한국 2세들이 중소도시에서 시장, 시의장, 시의원으로 활동 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들은 보수 없는, 그야말로 시민을 위한 순수 봉사직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월급을 더 올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들도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시의원들의 위세에 떨고있는 공무원들. 그들은 시의원의 입을 막는것이 우선이지 시민들의 소리를 듣고 시정에 반영하는 것은 뒷전이다. 이는 시민과 시정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장벽이다. 시민과의 소통이 단절된 것이다.
그렇다고 시의원들만 나무랄 일도 아니다. 그들을 선출한자가 누구인가? 주민들이 뽑은 것이 아닌가? 무관심속에 내던진 한표가 질 낮은 시의원을 뽑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군의회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은 없는가?
무엇보다 주민의식이 높아져서 선구(選球)가 잘 되어야 한다. 돈 혈연 지연 학연 정당 바람 등의 문턱을 과감히 뛰어 넘는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의원들 또한 국가관과 멸사봉공 정신이 투철해야 한다. 이 나라에서 전태일, 박종철 같은 무수한 의인, 열사들에 의하여 오늘의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을수 있었는데, 기초 민주주의를 위하여 분신하는 시의원은 볼수가 없었다. 민주열사들이 깔아준 희생 위에 가만히 앉아서 특권을 누리고 잇속이나 챙기는 이들을 볼때 지하에 있는 열사들은 눈물을 흘리고 억울해 할것이다.
특히 기초의원들은 정당의 공천을 받지아니하고 정당과 무관해야한다. 국회의원들이 기초의원들을 자신의 조직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한, 이 나라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는 건강히 자랄수 없을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경세유표(經世遺表) 서문에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가 망하고야 말 것이다. 탐관오리들이 온갖 불법을 자행하여 인민들은 초췌해지고 높은 사람들은 자기 살찌기에 혈안이되어있는데 어찌 나라가 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라고 반문하면서 일찌기 국가의 개혁을 설파했다.
오늘의 이 시대 상황이 다산의 말씀과 다른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 나라의 고위공직자 모두를 청문회장에 세워본다면 떳떳할자가 과연 몇이나 될것인가? 더렵혀진 영혼을 가진 육체는 장관을 지내고 재산을 모았다고 하더라도 초라한 육신일뿐이다. 모두가 정신이 오염되었다고 하면 나라가 경제대국이 된다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부디 우리 공직자의 가슴에 정의가 넘쳐흐르고 민초들의 가슴속엔 조국애가 솟구치는 그러한 날이 오길 기대한다.
/서호련(한국새사도교회 주교·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