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군 대진항, 새벽이면 어김없이 출근하는 44살의 머구리 박명호씨.
북한에서 군사대학을 졸업하고 20년 동안 공군에서 직업군인으로 그는 2006년 5월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탈북을 했다.
머구리도 북한에서 군에 있을 때 배운 것. 북한에서는 군인들이 직접 식량을 자급자족해야 하는데, 사병들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간부였던 그가 직접 잠수복을 입고 바다로 뛰어든 것이다. 북한에 있을 때에도 '남한에 가면 반드시 머구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탈북을 꿈꿔온 사람. '남한은 3면이 바다로 싸여 있어 북한보다 사정이 훨씬 나을 것'이라 여긴 것.
하지만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머구리를 하면서 남한에서 정착해 살고 싶다"는 뜻을 비쳤을 때, 아무도 머구리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
사실 머구리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단어다.'머구리'란 두꺼운 가죽 작업복과 묵직한 청동 투구에 20kg의 납덩어리까지, 총 50킬로그램의 장비를 짊어지고 바다를 누비는 '심해 잠수부'를 일컫는 말이다. 한 번 들어가면 문어, 해삼, 멍게를 따라 몇 시간이고 바닷속에서 작업해야 하는 고된 직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