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특집] (주)전주페이퍼

"여보 미안해, 아들아 사랑한다"…4개조 3교대 운영 연휴 야간 근무조

추석 연휴에도 쉬지 않고 근무를 하고 있는 (주)전주페이퍼 직원들이 종이를 만드는 초지기의 작업 상태를 확인 하고 있다. 이강민(lgm19740@jjan.kr)

"연휴 때 쉬어본 기억이 거의 없어요. 10년쯤 되니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 때론 친구들이 '너희 직장은 조상도 없냐'고 하지만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 필수 인력은 근무해야죠."

 

100여m나 되는 초지기(抄紙機)가 내는 소음 속에서 대화는 불가능. 직원들은 귀마개를 끼고 균일한 두께의 종이가 만들어지는지 각자 맡은 공정의 모니터와 기계를 응시한다.

 

전주시 팔복동에 있는 ㈜전주페이퍼의 초지기 담당 일부 직원은 연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각각 7명으로 구성된 4개조가 3교대로 근무한다. 전체 4대의 초지기 중 이번 연휴에도 쉼없이 돌아가는 3호기는 서적·교과서·참고서·전단지 용지를 만든다. 1일 생산량은 300t. 연휴 기간은 교과서와 참고서를 만드는데 성수기인 만큼 기계를 멈출 수 없다. 이곳에서 만든 용지는 국정교과서를 비롯해 내로라하는 참고서 업체에 공급한다.

 

2일부터 오는 6일까지 야간 근무조에 속한 직원들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앞선다고 입을 모았다. 근무시간이 일반 직장인과 다른 이들은 상대적으로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유난히 돈독한 동료애를 자랑하기도 했다.

 

20년을 근무한 김기철씨(43)는 완성된 종이를 주문한 업체가 원하는 크기로 자르는 작업을 담당한다.

 

"2남2녀 중 장남인데 제가 오전 근무조가 되는 해에는 제 출근시간에 맞춰 6시에 차례를 지내곤 합니다. 명절 때 가족과 지내본 게 1~2번일 껍니다. 맏며느리로 애쓰는 아내에게 같이 시장도 못 가주고 음식 장만도 못하고 가장 미안하죠. 다음 휴무 때는 아내와 오붓하게 찜질방 데이트를 할 껍니다."

 

지난 2000년까지는 기계 4대를 모두 돌렸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3호기만 연휴 때 가동한다. 지난 설부터는 노조의 요구로 연휴 근무 때 지급하는 특별수당이 4배가 올랐다.

 

김씨는 "그래도 쉬는 게 낫다"며 가족에게 미안함을, 친구에게 아쉬움을 전했다.

 

물과 원료를 배합하는 작업을 하는 이춘성씨(38)는 15년 차다. "고향은 정읍이지만 명절 때 가본 기억이 없습니다. 온가족이 모이는데 항상 둘째 아들만 빠져도 이를 이해하는 가족이 버팀목이 됩니다."

 

이씨는 연휴 근무의 장점도 넌지시 귀띔했다. "그래도 연휴 때는 과장님 등 윗분들이 안 나오는 만큼 아무래도 같은 조에 속한 7명의 직원이 편안하게 근무하죠"

 

3호기에 근무하는 28명의 직원 중 유일한 총각인 김종원씨(33)는 "올해도 일가친척의 얼굴만 보고 잠을 잔 뒤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대 근무이다보니 동료애가 다른 곳보다 크다"며 "여기는 우스갯소리로 동료끼리 사이좋게 지내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다"고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