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 비점오염 저감으로 '수질개선' 앞당기자 - 한상준

한상준(전주지방환경청장)

"두시언해(杜詩諺解)"로 번역되어 한국인에게도 많은 공감을 받고 있는 중국 당대의 시인 두보의 시(詩) 중에 "춘야희우"(春夜喜雨:봄밤에 내리는 반가운 비)라는 작품이 있다.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 당춘내발생(當春乃發生)"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를 직역하면 좋은 비가 때를 알아 내리니 봄을 맞아 온갖 생명을 싹트게 한다는 뜻으로 비는 만물을 소생시키는 근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비는 마냥 고마운 존재가 아닌 고대 로마의 신 야누스의 상반된 두 얼굴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최근 문제시 되고 있는 비점오염이 바로 그것이다. 비가 오면 거리나 건물, 농경지·축산지 등에 쌓여 있는 각종 오염 물질이 빗물과 함께 일반적인 차집관로가 없이 우수로를 통하여 하천이나 호수로 유입되어 수질을 오염시키는데 이를 "비점오염(非點汚染)"이라 한다.

 

비점오염원은 아파트나 공장에서 발생하여 관거를 통하여 하수종말처리시설, 폐수처리시설에서 처리되는 생활하수나 공장폐수 등의 점오염원과는 달리,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측정하기도 곤란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오염지역이 폭넓게 배출되므로 배출되는 수질오염물질을 적절히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4대강 수계로 흘러드는 오염물질 중 비점오염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42~69%로 조사 되었으며, 향후 2015년이 되면 65~7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비점오염을 줄이는 것이 하천 수질개선에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농경지와 축산농가가 많은 우리 전북지역의 경우 비점오염원의 적절한 관리없이는 수질개선을 기대하기 곤란하며, 전북도민의 오랜 숙원사업이며, 세계적 명품복합도시를 꿈꾸는 새만금의 수질 개선을 위해서도 새만금 상류 하천인 만경강, 동진강의 비점오염 저감방안이 절실히 요구되는 실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비점오염 저감을 위한 "4대강 비점오염원 관리 종합대책('04)"을 수립하여 추진해오고 있으며, '06년 4월부터는 골프장, 산업단지 같은 환경영향평가 협의 대상 개발사업과 1만㎡이상의 폐수배출시설 사업장에 대하여 비점오염원 설치신고 및 저감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또한 도로변, 농경지, 산림지역 등 토지이용형태별로 적합한 비점오염 저감시설 표준 모델마련을 위한 수계별 시범시설 설치사업을 추진하고, 고랭지 채소밭 개발로 인한 흙탕물 오염이 우려되는 소양호, 도암호 등을 비점오염 관리지역으로 지정·관리 하고 있다.

 

우리관내인 새만금지역에도 합류식하수도 초기월류수(CSOs) 처리시설 설치를 위한 환경부 및 관계시·군과의 MOU를 체결한 바 있고, 생태습지 및 생태유수지 확대 등 명품 새만금 조성을 위해 다양한 비점오염원 저감방안이 추진될 계획이다.

 

그러나 기업과 국민들의 자발적인 협조 없이 이러한 정부 주도의 정책만으로는 불특정지역에서 발생하는 비점오염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업장이나 공사장에서는 원료나 생산품 사용·보관시 덮개설치 등 보관요령을 준수하여 강우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지붕 및 배수로 등에 퇴적된 오염물질을 제거함으로써 비점오염원의 하천유입을 막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지역주민들도 우기를 피해 최소한의 농약·비료만 살포하고, 우수맨홀·도로에 쓰레기 버리지 않기, 대문 앞 청소시 물청소 대신 빗자루로 쓸기 등 비점오염 줄이기에 적극 동참하여야 한다.

 

온 국민의 노력과 정부의 정책이 하나가 될 때 "호우지시절 당춘내발생"과 같이 비는 고마운 존재가 될 것이다.

 

/한상준(전주지방환경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