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쌀과 햇곡식의 수확을 조상께 감사드리는 명절이 추석이다. 하지만 올 추석, 쌀의 재고(在庫)가 증가하면서 쌀값이 하락해 농심은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남 창녕군농민회가 정부에 쌀값의 안정화 대책을 촉구하며, 수확을 앞둔 창녕군 도천면 일대 2000㎡의 벼논을 트랙터로 갈아엎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도내 농민회도 이보다 하루 앞서 전북도에 특별지원을 요구하는 농민대회를 열었고, 일부 여성 농민은 삭발을 감행하는 등 농심이 들끊고 있다.
정부와 여당 등 관련 기관은 쌀소비를 촉진하고 추가 수매를 발표하는 등 농심을 잡기에 분주하다. 하지만 가공식품의 원재료를 국내산 쌀을 사용하는 방안과 일반 가정에서 쌀 소비량을 늘리는 방안은 하락한 쌀값을 잡기에는 요원하다.
▲ 쌀값 하락 속 타는 농심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일 쌀 도매가격은 20㎏ 기준으로 평균 3만6600원이었다. 1년 전 가격은 4만1820원이었으며, 한달 전에는 3만6960원으로 최근 일주일 사이 하락한 가격으로 '안정화'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가격 하락으로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다. '전국농민회 전북도연맹'과 '한국농업경영인 전북연합회' 등 도내 농민단체 소속 농민 2000여명은 지난달 29일 전북도청 앞에서 '쌀값대란 해결과 전북도 농정 전환 촉구 전북 농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산지 벼 가격이 40㎏ 당 4만5000원 선으로 예년보다 1만원 가량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62억원인 도 직불금 예산을 200억원으로 늘리고 지난해 제정된 밭 직불금 조례를 시행하며, 벼 40kg들이의 한 포대당 5000원의 특별지원금을 요구했다.
쌀의 지속적인 소비감소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재고의 소진이다. 지난 2007년 쌀 생산량은 440만t, 지난해 480만t이었다. 이중 지난 2002년부터 지난 2007년까지 매년 약 40만t을 대북 지원하면서 재고의 일부분을 해결했지만 지난해에는 이마저 이뤄지지 않았다.
▲ 쌀 소비 촉진하지만
지난 2일 이명박 대통령은 제25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쌀값이 떨어져 우리 농민들의 걱정이 크다"면서 "정부는 쌀 수매를 늘려서라도 농민들의 걱정을 덜어드리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인 대책은 쌀 소비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밀가루 소비를 쌀로 대체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관련 산업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최근 소비가 늘고 있는 막걸리의 경우 대부분 수입산 밀과 쌀을 사용하는 현실에서 국내산 쌀을 사용할 경우 원가가 배 이상 올라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주주조 하수호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수출하는 일부 다른 지역 막걸리는 수입산 재료로 만들어 전통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수입산을 쓰던 제조사는 원가 부담이 커서 쉽사리 국내산 쌀로 재료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쌀의 브랜드화를 이뤄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롯데마트 전주점 최정규 부점장은 "도내 쌀은 품질에 대한 신뢰는 있지만 통일된 브랜드가 없어 소비자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다"면서 "전국적인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물량을 조달할 수 있는 통합·특화된 쌀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