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의 이야기는 한비자(韓非子)에 나와 있다. 어느날 초나라 장사꾼이 저자거리에 방패(盾)와 창(矛)을 늘어 놓고 팔고 있었다. "자,여기 이 방패를 보십시오. 이 방패는 어찌나 견고한지 제 아무리 날카로운 창이라도 막아 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랑한 다음 이번에는 창을 집어들고 외쳤다. "자, 이 창을 보십시오. 이 창은 어찌나 날카로운지 꿰뚫지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그러자 구경꾼들 속에서 이런 질문이 튀어 나왔다. "그럼,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는 거요?" 장사꾼은 대답을 못하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모순이라는 말이 이 고사에서 유래했다.
지금 전주 완주 통합을 놓고 벌어지는 찬반 논쟁도 모순처럼 보인다. 찬성측은 찬성측대로 장점을 앞세워 주민 홍보에 열 올리고 있고 반대측도 자체 논리를 개발해서 반대에 나서고 있다. 찬성측은 민간인들로 추진체를 구성할 당시만해도 찬성 운동하기가 용이했으나 반대측이 워낙 강하게 반대운동을 전개하는 바람에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것. 지금 완주군 관내에는 잘못된 정보들이 난무해 주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농촌지역은 도시지역과는 달리 관권의 영향력이 민감하다. 반대플래카드를 내건 단체만해도 그렇다. 부안 방폐장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허위 정보가 얼마든지 주민들의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세금폭탄, 빚 폭탄, 혐오시설폭탄 등을 들 수 있다. 완주가 전주로 통합되면 3가지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 간다. 규모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조직은 소수 강경파가 지배하도록 돼 있다. 소수 강경파가 얼마든지 전체를 이끌어 갈 수 있다. 민주화 이후 대규모 시위 현장에서 소수 강경파가 조직을 이끌었던 사례는 많다. 지금 완주가 이런 형국이다. 목소리 큰 강경파가 사생결단식으로 반대를 종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다. 이성적으로 판단해야할 민감한 문제를 너무 감성적으로 이끌고 있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에 맞게끔 미래를 대비하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창과 방패의 어리석음을 되풀이 할 때가 아니다. 언젠가는 통합돼야 한다고 한지가 벌써 17년이 지났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뭣도 모르고 볼모로 잡혀서 판단을 그르치면 그것은 모순된 행동이나 다를바 없다.
/백성일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