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청자가 중요한 지역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하면서 전시관건립이라는 성과를 내기까지, 주요 산파 역할을 한 사람이 부안군청 청자전시관팀 팀장을 맡고 있는 김종운씨다. 동양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종운 팀장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가 2000년 문화재전문위원으로 부임하면서 부안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2003년부터 청자전시관팀에 합류하여 지금까지 왔다.
운영계획을 묻자 "전시관이라고 하지만 원래 국립박물관으로 운영할 계획이었다"고 말을 뗀다.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지속적인 발굴과 개발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에게 국립으로 운영할 것을 제안했지만, 잘 안됐다. 그렇지만 어렵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것이 이루어질 거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한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할 정도지만, 몇 장짜리 제안서만 들고 정부를 설득해서 전시관건립비를 확보했던 그 뚝심이 그냥 나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고려청자는 12, 13세기에 중국과 일본 뿐 아니라, 몽골, 타이완, 류큐(오키나와), 필리핀, 이란까지 수출되었던 세계 최고의 도자기였다. 그 상감청자를 주로 생산하던 곳이 부안이다." 콘텐츠로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자신감이다.
문제는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파생 콘텐츠를 개발할 것인가이다. "기본적으로 전시관은 학예실과 도자공방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학예실은 도자 도예지 연구, 유물 보존처리, 전시기획 등을 담당한다. 도자공방은 일종의 체험관으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도자기 제작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전문가 양성을 위한 도자학교를 운영할 것이다."
더불어 도자마을 조성도 추진된다. 청자, 분청자, 백자 등을 포괄하는 부안도자클러스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한 청자복원을 위한 지속적인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상감청자축제를 비롯하여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아직까지 관주도로 진행된 어떤 예술창작촌도 성공한 예가 없다는 현실과 운영계획이 강진의 그것과 큰 차별성이 없다는 사실이 우려되었다. "급히 가려고 하지는 않는다. 5년여 동안 시범적으로 운영하면서 확실한 마스터플랜을 만들 예정이다. 문제는 인력이다. 같은 시설이라도 어떤 인력이 운영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를 것이다. 정말 실력 있는 민간전문가가 결합할 수 있는 운영형태를 고민하고 있다."
오롯이 맞은 말씀이다. 청자완(靑磁碗)의 모습으로 디자인되어 내년 봄에 개장될 지상3층, 5609.9m² 규모의 거대한 건물이, 살아있는 명품청자의 기념비가 될지, 아무도 쓰지 않는 낡은 상징이 될지는 어떤 사람이 운영하느냐에 달려있다.
/이경진 문화전문객원기자(시인·문화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