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담장 허물기와 소통 - 추원호

추원호(신세대 건축사)

 

최근 도심지의 공공건물이나 주택단지에서 기존에 설치해 있던 담장을 과감히 허물기 시작하여 도심지의 주거환경을 트인 공간으로 변모시키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주택지나 공공시설의 담장은 토지 소유자의 경계선을 의미 하지만, 사적 방어망을 구축하는 구실도 해 왔다. 이러한 담장은 부유층의 주택 일수록 더욱 공고하여 내부 시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아 왔고 철옹성 같은 구실을 해왔었다.

 

몇 년 전부터 다중이용시설, 학교나 공공기관, 종교부지에서부터 걷어내기 시작한 담장은 이제 불필요한 구축물이 되었고, 털어 낸 담장의 자리에 조경시설을 하거나 이웃간 통로로 사용함으로써 또 다른 공공 공간이 생성하면서 이웃간의 소통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담이란 건축물의 일부로서 어느 특정지역을 둘러막는 구조물이면서 주택에 있어서 한 가족의 안녕과 질서를 지켜주는 역할을 해왔고, 주로 외부환경으로부터 방어 및 시각적 차단의 기능을 갖고 있었다. 그동안 담장은 건축물을 중심으로 공간 창출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가 되어 왔었지만, 이제는 복잡한 도심지에서 시각 차단과 답답함을 불러일으키는 위해 요소로 인식하게 되었다.

 

21세기 현대 건축에 들어오면서 도시공간의 문화적 공간창출과 함께 이러한 담장의 역할과 기능들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서구 유럽 도시들은 담장이란 개념은 없고, 거의 건물 외부 마감 자체가 담장의 역할을 해 주어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형성 해 주고 있다.

 

역사가 깊은 유럽의 도시들은 우리의 도심과는 달리 이웃간의 트인 공간을 형성 하면서, 불필요한 담장을 설치하지 않고, 건물 외피 자체가 도시거주 블럭화 하여 골목길을 형성 하면서 아기자기한 오솔길과 정원을 만들어 주고 있다. 담장이 없는 그 공간에 누구나 통행 할 수 있고, 화강석으로 포장된 보행로에는 가로등과 함께 멋들어진 풍경을 연출하게 된다.

 

반면 우리의 골목길은 어떠할까? 담장으로 채워진 경계에는 어느 누구도 접근 할 수 없고, 도심 공간의 협소함과 답답함을 안겨주게 된다.

 

자기를 보호하는 담장이 없게 되면, 노출되기 때문에 범죄 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없게 되고, 담장이 없어진 그 공간 양쪽은 이웃 간의 소통된 공간과 활력소를 제공 할 수 있는 트인 공간이 된다.

 

대지 경계에 설치된 견고한 담장을 없앰으로써 거리 환경을 깨끗하게 하고, 거주민에게 위압감과 지루함을 없애 주며 보행자에게 불편함을 없앨 수 있다.

 

담의 지나친 방어적 기능이 주변 환경과 일체감을 저해 하고, 담장과 주건물, 대문과의 부조화와 담들과의 관계에서 통일성과 조화로움이 없어 이질감을 유발하고 있는 요소도 있다. 주택가나 공공 가로면에서 도로폭에 비해 지나치게 높고 획일적으로 축조된 담장은 보행자나 거주민에게 공포감과 지루함을 주게 된다.

 

특히 아파트 주변에 철조망 같은 울타리로 이웃간의 소통을 장애하고 있으며 그런 경계선에 자연석 쌓기와 장미 및 조경수로 대체 한다면 아름다운 도시 주거환경을 만들어 낼 것이고, 담장을 없앤 공간에 색다른 재료로 혼용하여 포장 한다면 이국적인 보행로가 될 수도 있다. 굳이 담장을 한다면 투시형의 지그재그 담을 만들어 담의 외부에 수목을 심게 하고 휴식터를 제공 한다면 보행자에게 보다 나은 가로환경을 창출 할 수 있을 것이다.

 

추후, 담장을 없애는 건축주나 공공기관이 있다면 다양한 인센티브와 재정지원을 하여 자연환경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자치단체는 적극 지원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곧 막힘이 없고 이웃간의 대화가 되는 소통의 방법이 될 것이다.

 

/추원호(신세대 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