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민속학자 주영하씨 '차폰 잔폰 짬뽕' 펴내

음식으로 살펴본 한-중-일 역사와 문화

자장면과 더불어 한국 내 중국음식점의 대표 메뉴인 짬뽕은 자장면과 마찬가지로 본토 중국에 뿌리를 둔 음식은 아니다.

 

짬뽕은 일본 나가사키에 정착한 화교들이 팔던 시나우동에서 출발한 것으로, 1910년대에 들어와 '잔폰'이라는 이름으로도 함께 불리게 됐다. 잔폰은 징과 북이 뒤섞인 소리를 나타내는 일본어 잔폰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밥 먹었냐'는 뜻의 중국말 차폰에서 따왔다는 설도 있다.

 

이것이 한국까지 건너와 한국형 중국음식 '짬뽕'으로 변했고, 한국에 정착한 화교들이 만든 '한국식 자장면'과 더불어 팔리고 있으니 한국에 있는 중국음식점은 말하자면 '동아시아 3국 합작 음식점'인 셈이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 전공 교수가 쓴 '차폰 잔폰 짬뽕'(사계절 펴냄)은 이렇게 음식을 매개로 동아시아 3국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본 책이다.

 

음식이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넘나들며 변모한 예는 짬뽕 외에도 많다.

 

가령 우리 음식 비빔밥은 일본 규수에서 날계란을 곁들이는 '안녕비빔밥'으로 팔리면서, 밥과 반찬을 한데 비빈다는 생각에 질색하던 일본인들을 사로잡았다.

 

또 한국의 매운 음식은 미국에서 시작된 핫소스의 유행이 도쿄를 거쳐 한국까지오면서 요즘 더욱 자극적으로 변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와 동시에 한 나라 안에서는 '국가'라는 단일 정체성 아래 지역음식을 통제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이족의 대표 음식 타타육을 비롯한 중국 소수민족들의 고유음식은 점차 관광객을 위한 상품으로 전락하며 자취를 감춰가고 있고 깅이범벅, 톳지 같은 제주도 음식들은 박물관의 쇼윈도 속에서만 만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추세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저자는 지역 사회 중심의 로컬푸드 시스템 복원을 대안적 음식 문화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나는 동아시아의 소수자들이 자신들의 음식 문화를 굳건히 지키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나 민족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획일적 정책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그보다는 로컬푸드 시스템을 구축한 지역사회끼리 필요한 부분을 협력하는 시민 교류의 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00쪽. 1만6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