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손경섭시인 첫 동시집 '무지개 꿈' 엮어

"아이들이 꿈꾸는 유쾌한 반란 담고 싶어"

"딴생각이 날 때마다 벌떡 일어나 여기저기 쏘다니며 쓴 시들입니다.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던 자리에선 새로운 것을 볼 수 없잖아요. 그래서 엉덩이를 툭 털고 일어나 걷고, 달리고, 서고, 또 때로는 골목길에 쪼그려 앉아 이것저것을 찬찬히 살폈지요."

 

월정 손경섭 시인(66)의 첫 동시집 「무지개 꿈」(좋은 문학). 간암 수술을 받은 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동시집 발간을 준비했다고 했다. "시와 동시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넘나드는 활동을 해오고 싶었다"는 그는 그 둘의 뿌리를 하나로 여긴 것 같았다.

 

"관습적인 상상력에서 좀 멀리 달아나보고 싶었는데, 참 그게 잘 안 되대요. 아이들이 꿈꾸는 유쾌한 반란 같은 걸 좀 담고 싶었는데, 써놓고 보니 교훈적인 것 같고. 주머니가 늘어질대로 늘어져서 그런가보다 했습니다.(웃음)"

 

'아름다운 친구' '키다리 코스모스' '꽃길' '감사하는 마음' '진정한 친구란'. 총 다섯 개 테마로 묶였다.

 

귀를 쫑긋 세우고, 눈 깜빡할 새 지나가는 강아지 한 마리도 놓치지 않을 만큼 그의 머릿속엔 시가 산다.

 

시 '상수리 가족 가을소풍'에선 상수리 가족과 도토리 가족의 가을 소풍에 소슬바람이 불어 두 집 식구들이 낙엽 속에서 서로 이리저리 뒹굴고 난리가 났을 거라며 키득거리는 그가 보인다. 가을바람이 놀리자 딴청 피우며 머리를 살래살래 흔드는 코스모스와 속삭이는 이야기를 담은 '키다리 코스모스'. 시인의 장난꾸러기 같은 면모가 엿보인다.

 

마지막 대목엔 그가 쓴 동화와 스무고개도 몇 편 추려 넣었다. 상상력이 번뜩이는 울툴불퉁한 동시를 쓰고 싶었지만, 성에 차지 않았던지 또다른 글 몇 편을 소개했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춘 깊고 뜨거운 시심은 하루 이틀만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는 "늘 새롭고, 낯설고, 뜨거운 시를 쓰고 싶다"며 "쌩쌩 찬바람이 불면 주머니 속 또다른 시심이 부풀어 올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시집은 학교나 다른 기관에 무료로 배포될 예정. 부안 출생인 그는 2001년 「문예사조」로 등단, 시집 「님에게로」, 「젖은 잎새」,「청산아 구름아」 등을 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