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전주가 개막전에서 울었다.
전주 KCC는 15일 저녁 7시 전주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원주 동부와의 2009-2010 프로농구 개막전에서 이날 양 팀 중 최다 득점을 기록한 챈들러(26점)와 '연봉 킹' 김주성(20점)의 활약을 앞세운 원주에 79-89로 졌다.
이번 경기는 현역 시절 단짝이던 전주 허재 감독(44)과 원주 강동희 감독(43)의 지략 대결로 관심을 모았었다. 선수 시절 허재 감독의 그늘에 가려 2인자에 머물렀던 강 감독은 자신의 우상이던 허 감독을 꺾고 감독 데뷔 첫 승을 거뒀다.
시작부터 원주가 좋았다. 원주는 1쿼터 시작하자마자 프로농구 8년 차 '빅맨' 김주성(30·2m5)이 골밑 슛을 성공시키더니, 이광재가 3점 슛을 보태며 5-0으로 앞서 나갔다.
'하킬' 하승진(24·2m21)은 경기 초반 몸이 덜 풀렸는지 자유투 2개를 모두 실패했다. 전주의 첫 골은 귀화 혼혈 선수 드래프트 1순위 전태풍(29)이 기록했다. 현란한 드리블로 동부 수비 숲을 뚫고 골밑 슛을 성공시킨 것. 전주는 1쿼터 종료 2분여를 남기고 임재현이 3점 슛을 꽂아 넣으며 18-16으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동부에 잇따라 슛을 허용하며 1쿼터를 23-26으로 마무리했다.
2쿼터가 시작되자 잠자던 '골리앗'의 야성이 깨어났다. 1쿼터 3점에 그친 하승진은 2쿼터에만 8점을 꽂아 넣으며 동부 추격의 선봉에 섰다. 전주는 동부와 거친 몸싸움을 벌이며 2쿼터 내내 '시소게임'을 벌였지만, 2쿼터에만 11점을 터뜨린 마퀸 챈들러를 내세운 동부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2쿼터 막판 전태풍이 '그림 같이' 날아 골밑 슛을 성공시킨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전반을 39-44로 마친 전주는 3쿼터 시작하자마자 아이반 존슨이 덩크슛을 터뜨리며 반격의 고삐를 죄었다. 하승진도 덩크슛을 꽂았다. 그러나 주도권을 잡은 원주는 차곡차곡 점수 차를 벌려 나갔다. 57-71로 14점을 뒤진 채 4쿼터를 맞은 전주는 '육각 슈터' 조우현이 잇따라 3점 슛을 터뜨리며 분전했지만, 분위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결국, 전주는 지난 2008-2009 시즌 1차전(56-79)에서처럼 동부에 79-89로 시즌 첫 승을 내주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