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 뻗으면 잡힐 것 같은 대추. 실감나게 다가오는 것은 나무 선반 위에 그리기에 더 진짜 같은 것이다.
손때가 묻은 소반이나 도마 위에 대추와 사과 등을 극사실로 표현하는 서양화가로 알려진 이목을씨(47).
대추가 사람으로 보여서 그리게 됐다는 그는 파란 것부터 쪼글쪼글해진 것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대추의 변화되는 모습이 사람의 인생과 닮아 있다고 했다. 그의 일관된 작품 주제는 비움과 채움. 채우면 저절로 비워진다는 의미를 담은 '공(空) 시리즈' 5점이 선보였다. 한국에선 대추가 통했지만, 뉴욕에선 아무도 대추를 읽어낼 줄 몰라 사과로 바꿔 그리게 됐다고 했다. 경북 영천 출생인 그는 영남대 졸업 후 종교적인 색채의 작품을 그려오다가 생활을 소재로 하되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는 작품을 그려오고 있다.
서양화가 안광식씨(37)는 흐릿한 바다 또는 강이나 호수를 배경으로 한 또다른 가을 서정을 선물한다. 잔잔하게 흔들리는 꽃물결, 띄엄띄엄 서 있는 자작나무가 편안하다. '초록 화폭'을 담아왔던 그는 'Nature-Memory' 10여점을 통해 회색톤 겨울 풍광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서양화를 그리고 있지만, 한국 산수화의 거장인 이상범 화백의 동양적이고 목가적인 감수성에 큰 영향을 받았다"며 "자연을 통해 '인간과 만남'이라는 관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고 말했다.
경북 의성 출생한 그는 대구 예술대학을 졸업했으며, 사실적 자연주의 작가로 불려지고 있다.
이번'가을 이미지'展은 전주아카갤러리(관장 박지혜)에서 23일까지 계속된다. 전주아카갤러리가 서울아카갤러리와 교류, 전주에서 만나기 힘든 작가들을 초대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