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기념문집 제목을 「한살이도 물 같아야」(도서출판 북매니저)로 정한 것은 물과 같이 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 때문이었다.
"물은 낮은 데로 흐르면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되 스스로 맑히며 목표를 향하여 진행을 멈추지 않습니다. 장애물을 만나면 피하여 가되 서두르지 않고 언젠가는 그 장애를 제거하지요. 물을 관찰하며 나그네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인간에게 깨우침을 주는 많은 가르침을 얻게 되었습니다."
정순량 우석대 명예교수. 2006년 초 정년하고 지난해 전립선암 초기 진단을 받았다. 곧 수술을 통해 온전하게 건강을 회복하긴 했지만, 이후 문학 활동은 물론 신앙과 사회에 대한 애정은 더욱 커졌다.
"'사람은 상대방을 통해서만 자기 자신에 도달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거울을 통해 내 겉모습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 눈에 비친 '칠순의 내 모습'을 모자이크해 내 자신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칠순기념문집은 1부 '저자 근영 및 축하 작품', 2부 '축하의 글', 3부 '정순량의 아홉 번째 시조집'으로 꾸려졌다. 1·2부에는 칠십 평생을 살며 인연을 맺었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앞으로 보내온 시와 그림, 도예, 서예, 사진 등을 실었으며, 3부에는 2006년 정년기념문집 발간 이후 발표한 144편의 시조와 작품해설을 6개의 장으로 묶었다. 삶의 지혜를 주는 시조와 비유의 묘미를 나타낸 시조, 기독교 신앙을 주제로 한 시조, 생태계 변화에 관심을 둔 시조 등 정교수의 폭넓은 작품 세계가 담겼다.
특히 지구 온난화, AI, 광우병, 태안반도 해양오염, 스촨성 지진 등 생태계와 환경 파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시조는 사회적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나는 시조 짓기를 생활의 일부로 생각하는 만큼, 이들 작품에 대한 문학적 평가는 차치하고서라도 지난 날 내 삶의 궤적으로 남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학박사 원용문 전 한국교원대 교수는 '신앙의 뿌리 위에 자라난 시조나무'란 작품 해설에서 "정순량 시인의 작품세계는 소재나 주제가 다양해서 종합적으로 파악하지 않고는 그 실체에 접근하기 어렵다"며 "그렇더라도 그의 작품을 이루는 밑바탕에는 '하나님'과 '예수님'의 사랑, 그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 절대자를 믿는 신앙심이 자리해 있다"고 말했다.